“고객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으면 어떤 요청이든 10분을 넘기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경청하면 고객도 마음을 열고 원하는 바를 더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LG전자에서 22년간 대형 가전수리를 전담하며 '대명장' 자리에 오른 진용도 LG전자 서광주서비스센터 대명장은 고객과 소통 능력을 첫 손에 꼽았다. 소통을 통해 고객의 숨은 요구까지 파악한 것이 LG전자 생활가전이 사랑받는 비결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대명장 제도는 LG전자가 2005년부터 서비스 최고 전문가에게 부여하는 명예로운 호칭이다. 약 3000여명 수리 기사 중 실적과 면접을 거쳐 12명만 선발한다. 매년 뽑는 '명장'과 달리 대명장은 공석 발생 시에만 새로 선출한다. 5년 임기인 대명장은 개발 단계 제품까지도 서비스 관점에서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진 대명장인 자신이 대명장으로 선발된 비결로 '10분 법칙'이란 소통 노하우를 제시했다. 수리 기술자 직업 특성상 시간에 쫓기기 쉽지만, 단 10분간 고객 이야기를 경청하면 맞춤형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감대 형성을 통해 고장난 냉장고를 계속 쓰겠다고 고집하던 고객 마음을 열었던 사례도 소개했다. 다른 수리 기사들이 '오래된 제품에의 집착'으로 받아들인 것과 달리, 진 대명장은 '사용하던 제품에의 애착'으로 이해했다.
진 대명장은 “엔지니어로서 갖는 제품에의 애착을 얘기하자 고객도 암 투병 중인 누나로부터 받은 선물을 버릴 수 없던 사연을 들려줬다”면서 “교환 대신 수리를 목표로 부품까지 뜯어가며 매진한 결과, 제품뿐 아니라 고객 추억까지 지킬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계 결함이 아닌데도 수리 요청을 하는 고객에게는 수치 데이터를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이유를 이해시켰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이슬이 맺히는 것은 습한 날씨에 한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고객은 이를 불량으로 인식한다. 냉장고 내부 온·습도계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슬 맺힘'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설명하는 식이다.
고객뿐 아니라 동료 및 후배와도 꾸준히 소통한다. 수리 기술자 후배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본인 경험을 담은 '고객 응대 프로세스 가이드'를 공유하며, 자체적으로 호남권 지역 명장 대상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향후 다른 지역으로도 소통과 기술 노하우를 나누는 자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는 후배에게 '3변의 법칙'을 제시했다.
진 대명장은 “제품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수리 요청이 들어와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많다”면서 “그럴 때 사람(수리 기사), 장소, 시간(고객이 진정한 후 응대) 이렇게 세 가지에 변화를 주면 해결된다”고 조언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