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 분할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정부 방침에 맞춰 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다. 마침 이날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도입을 공식화하고 내년 중 금융그룹별 통합감독 체계 도입을 예고하는 등 정부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 있었다. 다만 지배구조 재편 방안과 시기,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이어 50대 1의 비율로 액면분할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다는 시그널을 보냈지만 삼성그룹 내 금융사와 비금융사 교차 출자와 같은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라면서 “200만원대에서 10만원 수준으로 개별 주식 가격이 가벼워진다면 소액주주나 기관투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지분을 들고 있는 계열사도 주식 처분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액면분할은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방법으로 쓰여 왔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의 첫걸음으로 롯데제과 유통주식을 10배로 늘리는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이후 롯데제과는 투자회사인 롯데지주와 사업회사인 롯데제과로 분할해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이번 액면분할이 삼성전자 지배구조 재편의 단초가 될 것으로 분석하는 이유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침에서도 정부 정책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금융위가 이날 밝힌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에는 기업집단의 산업부문 위험이 금융부문으로 전이되는 정도를 그룹 내 △신용공여·주식취득 △내부거래 △지배구조 △평판리스크를 통해 평가하도록 했다.
삼성생명은 31일 기준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가 이날 공개한 기준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동반부실평가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에 계열사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은 시장가치로 약 30조원에 이른다. 액면분할을 통한 유동성 확보는 장기적으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 매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액면분할 결정이 지주사 전환 등으로 직접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가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SK증권을 매각해야 하지만 매각가격 차이 등으로 지체된 것처럼 삼성생명 규모의 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제시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내에서 삼성그룹 전체의 지분 구조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
류근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