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과학·정보통신기술(ICT) 조직을 확대·신설하지 않고 선임행정관을 추가하는 미봉책을 택했다.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 르네상스 등 핵심 과제를 이끌기엔 조직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내 정보방송통신 조직이 공중분해된 것을 감안하면 별도의 전담비서관 직제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과학기술보좌관실 선임행정관(국장급)을 두기로 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인사를 내정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현재 인사검증 단계로 2월 초에 신임 선임행정관이 출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업계는 올해 청와대 직제개편을 통해 과기보좌관실 대폭 확대 또는 ICT 전담비서관 신설 등을 바랬다. 기대와 달리 선임행정관 1명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과기보좌관실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됐다. 문미옥 보좌관을 비롯해 행정관 2명과 행정요원 1명으로 구성됐다. 과거 9명이었던 전 정부 과학기술비서관실에 비해서도 절반이상 줄었다.
인력은 축소된 반면 업무는 늘었다. 과기보좌관실은 국가 과학기술 전략수립은 물론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4차 산업혁명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과기정통부 2차관실 소관인 ICT 분야 업무도 함께 수행한다.
청와대 내 ICT 업무조직은 현 정부 출범 후 미래수석실이 없어지면서 공중분해됐다. 과기보좌관실과 산업정책비서관실이 나눠 맡지만 역할 구분이 모호하다. 방송산업은 국민소통수석실이 담당한다.
경제수석실 산하 산업정책비서관의 ICT 분야 기능을 과기보좌관실로 옮겨 비서관직제를 두거나, 별도의 ICT 전담 비서관 조직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보좌관실이 20조원에 이르는 과학기술부문 R&D 등을 챙기기에도 버거운 상황인데 ICT 기능까지 함께 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며 “현 정부에서 뚜렷한 ICT·과기정책이 보이지 않는 근원적인 문제도 이러한 구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논란이 된 가상화폐 현안에서도 기술적 중요성과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과기보좌관실과 산업비서관실에서 긴급 현안에 대한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술적 사안에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인력도 부족했다.
과기보좌관실과 산업비서관실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CES 현장도 찾지 못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미래전략수석실이 현장을 방문해 점검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의 조직으론 사회 현안조차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현장감 있는 혁신성장 정책을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과기보좌관이 과기 분야를 책임지고, 혁신적인 ICT 정책 실천을 위해 ICT 전담비서관 직제 신설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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