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2시. 자율주행차 5대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출발했다. 이 차들은 신갈 분기점(JC)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자율주행으로 달린 뒤 대관령 나들목(IC)을 빠져나와 최종 목적지인 대관령 요금소(TG)에 도착했다.
현대차는 차세대 수소전기차와 제네시스 G80 기반 자율주행차가 서울-평창 간 고속도로 약 190㎞ 구간에서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이날 시연에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4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차세대 수소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 3대와 제네시스 G80 자율주행차 2대가 참가했다.

현대차는 고속도로의 자연스러운 차량 흐름과 연계한 △차선 유지와 변경 △전방 차량 추월 △7개 터널 △TG 2곳 △IC 1곳 △JC 1곳을 통과 기능 등을 선보였다. 진화한 추월 기능도 시연했다. 앞차의 주행 속도가 지나치게 느릴 때는 추월 차로를 이용해 앞차를 앞질렀고, IC와 JC를 이용하기 위해 차선을 변경했다. 도로 폭이 좁아지는 TG의 경우 하이패스 차로를 이용해 안전하게 빠져나갔다.
그동안 국내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제한된 속도로 자율주행이 시연된 적은 있었지만, 수백㎞ 장거리 코스를 구간별 법규가 허용하는 최고속도(100~110㎞/h)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국내 고속도로는 도심 도로 못지않게 교통량이 많은 편이다. 교통사고와 공사구간과 같은 예고되지 않은 돌발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경부 및 영동고속도로에서 수십만㎞에 달하는 시험 주행을 진행하며 데이터베이스를 축적, 자율주행차 성능을 개선해왔다.
현대차는 △차선 합류와 분기 도로 등에서 주변 차량을 더 세밀하게 인지하고 판단하는 기술 △정확한 차 폭 및 위치 계산, 제어로 TG를 통과하는 기술 △GPS 신호가 끊기는 터널 상황에 대비해 정밀지도를 기반으로 차량 외부에 장착된 센서를 활용해 차량 위치를 정밀하게 인식하는 기술을 고도화해 자율주행차에 적용했다.
현대차는 이번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연을 위해 양산형 차세대 수소전기차에 4단계 자율주행 기술과 5G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했다. 자율주행 수소전기차는 다음 달 출시될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SAE 기준 2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과 후측방모니터(BVM), 차로유지보조시스템(LFA), 원격스마트주차보조시스템(RSPA)을 탑재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수소전기차를 평창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기간 평창 시내에서 자율주행 체험 차량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각국 선수단과 올림픽 관계자, 관람객 등 올림픽을 찾는 누구나 현장 예약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체험할 수 있다. 자율주행 코스는 대관령 119안전센터 앞 원형 삼거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3.5㎞ 떨어진 회전 교차로에서 유턴해 같은 길로 돌아오는 왕복 7㎞ 구간으로 약 13분이 소요된다.
이진우 현대차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은 “현대차 자율주행 기술개발 철학은 더 많은 고객에게 최고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상이 현실이 될 자율주행 기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