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삼성을 제외한 현대자동차, SK, LG, 롯데의 최근 소유 지배 구조 개편 움직임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대기업의 자발적 변화'가 가시화됐다고 판단했다. 삼성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이 대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자발적 변화'를 당부한 이후 현재까지 소유 지배 구조 개편에 나선 기업은 총 57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10개라고 5일 밝혔다.
5대 그룹 가운데에는 현대차, SK, LG, 롯데를 꼽았다. 6대 이하 그룹에서는 현대중공업, CJ, LS, 대림, 효성, 태광 등 6개 그룹을 언급했다. 10개 그룹은 일단 공정위의 '미운털'에서 제외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화에 대해서는 지난해 한화S&C의 IT사업부를 매각이 '소유 지배 구조 개선'인지 '사익 편취규제 회피 목적'인지 알 수 없어 '판단 유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46개 기업집단 가운데에는 판단 유보 대상도 없다고 덧붙였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10개 그룹 사례와 관련해 “소유 지배 구조의 책임성,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 관행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면서 “이런 노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다른 대기업집단으로 적극 확산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5대 그룹 가운데 삼성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신봉삼 국장은 “팩트(사실)만 전달할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공정위와 삼성 간 별도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상반기 내 주요 그룹과의 세 번째 회동에서 소유 지배 구조 개편을 위한 지속된 노력을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기업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변화를 반기별로 분석·평가해 공개할 계획이다. 일감 몰아주기 조사 등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집행, 총수 일가의 전횡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신 국장은 김 위원장과 주요 그룹 간의 세 번째 간담회와 관련해 “(대기업집단의) 3월 주주총회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직 몇 월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10개 그룹이 추진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소유 지배 구조 개편은 △소유 구조 개선 △내부 거래 개선 △지배 구조 개선 등 3개 유형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은 연내 순환 출자를 완전 해소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현재 총 96개인 순환출자 고리는 26개로 대폭 축소된다. 롯데, 효성은 기업집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에 각각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비스(2018년), 현대차·기아차(2019년), 모비스(2020년)에 사외이사 주주 추천 제도를 순차 도입한다.
신봉삼 국장은 “각 그룹이 발표한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공정위가 지속해서 살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