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개발과 달 탐사 일정 대폭 연기는 정부가 스스로 계획이 촉박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우주 개발 '병목'인 발사체 개발 지연의 직접 요인은 부품 납기 지연이지만, 사업이 10년이나 연기된 데는 주무부처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관련기관의 기획·관리 부실론이 제기된다. 정부도 이 점을 고려해 3차 계획은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고 강조했다.
직전 계획 기준으로 달 궤도선 발사는 2018년, 달 착륙선 자력 발사는 2020년 이뤄져야 했다. 계획 변경으로 달 궤도선은 2020년, 달 착륙선은 2030년 발사된다. 1, 2단계 사업 사이의 터울은 기존 2년에서 10년으로 늘었다.
달 탐사 1, 2단계 사업은 지난 정부 역점 사업으로 추진됐지만 무리한 일정과 늑장 예산 때문에 초창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달 궤도선을 해외 발사체에 실어 보내는 1단계 사업은 개발 기간이 사실상 3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보통 인공위성 개발에 5~8년이 드는 것과 비교해도 촉박한 일정이다.
지난해 정부는 실현 불가능성을 인정하고 1단계 사업 계획을 2년 미뤘다. 1단계 사업 총예산 1978억원 중 900억 가량이 집행됐다. 올해 약 395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달 착륙선을 자체 발사체에 실어 보내는 2단계 사업은 아직 기획 단계다. 공식 예산이 잡히지 않았다.
2단계 달 탐사 사업에는 한국형발사체가 필요한데, 이마저도 연기됐다. 기술 난도와 납기 지연 탓이 크다. 추진제 탱크 제작 업체가 2015년 4월 사업을 포기하면서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2016년 9월에야 제작업체를 다시 선정, 18개월이 날아갔다.
시험발사 일정은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10월로 연기됐다. 1, 2차 본발사도 2021년 2월, 10월로 각각 14개월, 16개월씩 밀렸다. 달 착륙선의 자력 발사 역시 발사체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달 탐사 사업 연기는 예견된 비극이다.
정부가 애초 발사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2011년 처음 계획 수립 때 시험발사는 2018년 12월, 1·2차 본발사는 2020년 10월·2021년 9월로 예정됐다. 2013년 '조기 개발'로 방향을 급선회, 각 일정을 1년 가량 앞당겼다. 무리하게 제시된 계획에 부품·소재 수급 난항까지 겹치면서 처음 계획대로 원상복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일 수립한 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현실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 우주 산업 활성화, 인공위성 서비스 고도화,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등 실리 차원의 계획을 제시했다.
한국형발사체 사업을 발판으로 2026년 민간 발사 서비스를 개시한다. 2030년에는 모든 중·소형 인공위성을 국내 기업이 발사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안정적으로 발사 물량을 공급, 공지해 민간 생태계를 활성화한다.
당초 대형위성 발사체를 개발하기로 했던 기존 계획도 변경했다. 최근 위성이 경량화하는 추세에 따라 2030년까지는 500㎏ 이하의 소형 위성 발사체에 주력한다. 3톤급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대형발사체 확장은 2030년에 추진한다.
달 착륙 이후 우주 탐사 사업은 달 귀환에서 소행성 귀환으로 변경했다. 차기 행선지로 달을 재차 지목하는 것은 과학적 가치가 적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초소형위성을 활용한 국가위기 대응 서비스 체계를 2022년까지 구축, 현재 하루 이상이 걸리는 촬영 주기를 1시간 단위로 줄인다. 우리나라 자체의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은 2035년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기본계획에 제시한 비전과 목표를 바탕으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 달 탐사 성공, 우주일자리 1500개 창출 등 5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