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증시

증시가 기로에서 섰다.

미국발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는 3월까지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8.44포인트(1.54%) 내린 2453.31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1568억원, 1204억원을 사들이면서 오후 들어 하락폭을 만회했으나 외국인이 2813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시가총액 '대장주' 삼성전자도 전일 대비 2만5000원(1.04%) 빠지면서 237만1000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총 50위권에서는 삼성SDI(1.14%), 이마트(0.35%), 롯데쇼핑(1.59%)만이 유일하게 상승하고, 나머지 종목은 모두 하락했다.

장중 한때 4%나 빠졌던 코스닥 지수는 대부분 회복해 전일 대비 0.05포인트(0.01%) 내린 858.17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날 미국 증시(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4.6% 폭락하면서 지난주에 이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4.10%)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3.78%)도 4% 안팎의 하락률을 보였다. 유럽 증시는 물론이고 아시아 증시도 3%대 이상 낙폭을 보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신임 의장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신임 의장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의 가장 직접적 원인을 미국의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점에서 찾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존 3회 금리 인상에서 추가적 인상 기조까지 밝히면서 연 최대 4회까지 금리 인상이 가능해졌다.

기존 2~3회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가 3~4회까지 늘어났다. 내달 20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확실시된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10년물 국채금리 등 이에 연동된 30년물 모기기 고정금리 등도 상승한다. 이미 한국 기준금리는 연 1.50%로 미국 정책금리 상단과 같다.

연준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 미국의 정책금리는 2.25%가 될 전망이다.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인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증시에서는 미국의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상승장이 종료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증시가 단기간 과열됐던 만큼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증시를 연간으로 보면 작년과 같은 수익률은 기대하기 힘들어도 추세가 무너진 것은 아직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변동성이 계속 커지는 만큼 통화정책회의, 채권, 주식, 외환시장까지 고민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최소한 한두 달은 옆으로 기면서 마진거래로 들어온 빚을 털 때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서 “펀더멘털이 좋기 때문에 추세가 꺾인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의 과도한 레버리지(부채)투자가 가라앉고 저가매수를 노리는 시장 참여자의 진입 여부에 따라 증시 반등 시기가 올 것으로 봤다. 최근 미국에서 증시가 과열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일이 늘어났는데, 시장금리가 급등하려는 신호가 보이면서 빚 회수에 대한 불안감도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빚내서 주식투자'를 의미하는 신용공여잔고가 11조원을 돌파해 계속 상승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4조9116억원, 코스닥 6조513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미국발 악재에 주목하면서 각별한 시장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미국 증시 급락에 대해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유심히 지켜보겠다고”고 밝혔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증시 하락이 지난 1년간 지속 상승에 따른 고평가 부담, 물가상승 전망에 따른 금리상승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기인한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필요시 시장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