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안에 화상 깊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개발된다. 데이터 학습, 알고리즘 고도화를 거쳐 회복시간, 흉터 예측까지 AI로 구현, 화상 치료 전주기를 지원한다. 병원뿐만 아니라 화재 현장이나 군부대 등 의료진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적용해 화상 치료 저변을 넓힌다.
베스티안재단(이사장 김경식)은 AI기업 아크릴과 공동으로 올 연말까지 화상 부위 깊이를 예측하는 화상심도예측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6일 밝혔다.
플랫폼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화상 환부 사진을 분석해 화상 깊이를 예측한다. 화상 특성상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상처 심각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가장 직관적인 형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정보를 저장하거나 진단에 활용한다. 축적한 화상 영상정보를 학습시켜 특정 환자 정보를 입력할 경우 자동으로 화상 정도, 깊이를 도출한다.
베스티안재단은 AI 시스템 개발을 위해 서울, 부천, 대전, 오송, 부산병원이 보유한 환자 영상, 임상 정보를 빅데이터화한다. 최근 5년간 축적한 정형 데이터 분석은 마무리 됐다. 현재 서울아산병원과 비정형 데이터 정제 작업 중이다.
알고리즘 개발은 아크릴과 협업한다. KAIST 석박사 출신이 창업한 AI 전문기업 아크릴은 콘텐츠 감성 추천 서비스를 국내 최초 상용화했다. 이미지, 텍스트, 오디오 등 다양한 정보를 학습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AI 통합 솔루션 '조나단'을 개발했다.
올 연말까지 알고리즘 개발과 화상 깊이 민감도, 특이도, 위양성률, 정확도 등을 평가해 병원에 적용한다. 화상환자 내원 시 의료진은 의학적 소견과 영상정보 분석 결과를 참고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화재진압 현장이나 군부대 등 화상 전문의가 필요하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적용하는 것도 검토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환자 상태를 촬영해 전송하면 AI가 상처 깊이 예측 값을 전송한다. 1차 치료 가이드를 주는 동시에 후송 계획 수립에도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 연간 화상 환자는 약 60만명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화상전문병원은 베스티안 서울·부산병원, 한강성심병원, 푸른병원, 하나병원 다섯 곳이다. 베스티안병원에서만 연간 2만명 환자가 다녀간다. 우리나라 전체 화상 입원 환자 15%, 중증 화상 입원환자는 25% 가량 치료한다.
화상전문병원과 의료진이 부족하다보니 서비스 수준도 떨어진다. 실제 화상 전문의가 화상 깊이를 정확하게 판단할 확률은 약 70%로 알려졌다. 비전문가는 50%를 밑돈다. 우리나라 화상 전문의가 50명이 채 안된다. AI 시스템은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종대 베스티안병원 진료과장은 “화상 전문가조차 화상 깊이를 판단하는게 어렵다”면서 “판단 오류로 처치가 늦어져 병원을 오는 경우가 많은데, 통증과 흉터 등을 최소화하는 도구로 AI 시스템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티안재단은 화상심도예측을 시작으로 회복기간, 흉터정도 등 화상 전주기 예측 시스템을 개발한다. 화상 깊이를 예측하면 회복 예정 기간까지 도출 가능하다. 회복 기간에 따른 흉터정도까지 예측 가능해 화상 치료 전주기 계획 수립을 구현한다. 장기적으로 화상 연령, 장소, 시기 등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추진한다. 화상 원인과 발생에 관한 표준 데이터를 정립해 예방정책 수립에 기여한다.
김 과장은 “평균기온, 습도, 시간, 연령, 장소 등 화상 발생 관련 지표와 데이터를 수집해 표준 DB를 구축할 것”이라며 “시스템 예측과 빅데이터 분석 값 도출로 제한적인 화상 의료 서비스를 보편화하는데 돕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