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의 주요 기술이 전자공학이었다면, 21세기 이후에는 광공학이 부상하게 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발전을 견인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기반이 됩니다.”
최지연 한국기계연구원 광응용기계연구실장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광공학 연구자다. 레이저와 빛을 각종 산업에 응용하는 광응용 연구에 매진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우리나라 연구자로는 처음으로 유럽의 '유레카'가 운영하는 '유리피데스 클러스터' 과제를 수행하고, 부가가치 부문 혁신상을 받은 것이 대표 성과다. 유레카는 독일과 프랑스의 주도로 설립된 글로벌 연구개발(R&D) 네트워크다. 중소기업 중심, 시장 지향형 산업 기술 개발을 중시하는 곳이다.
최 실장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레이저를 이용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불량 회로를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펨토초 레이저로 가공부 주변의 열 손상을 줄여 2마이크로미터(㎛)급 미세 패터닝 공정을 개발했다.
“광공학, 광응용 분야가 우리의 삶을 바꿀 원동력이 되고,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덕분에 의미 있는 상을 받고 산업에도 기여하는 성과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최 실장의 광공학 사랑은 뿌리 깊다. 우연히 광학연구실에서 석사과정을 밟게 됐지만, 금새 학문에 빠져들었다.
빛은 가장 빠르게 에너지를 전달한다. 광통신의 기반이 되고, 기존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성 높은 소자를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최첨단 분야인 양자 컴퓨터도 빛을 활용한다.
가공 분야에서도 기술이 지닌 의미가 크다. 레이저를 이용하면 비접촉 방식으로 청정정밀 가공이 가능해진다.
그는 “대학교 시절에는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이후 편할 것 같다는 이유로 광학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곧 학문의 잠재성을 알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회상했다.
최 실장은 앞으로 레이저 기계가공 분야의 새로운 영역인 미세 광학 부품, 센서류 제조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원전 해체에 레이저를 활용하는 연구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레이저를 이용하면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하지 못하는 위험 환경 속 작업을 할 수 있다.
최 실장은 “레이저 기계 가공, 원전 해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연구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라면서 “좋은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