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제안…北美日 고차방정식 떠안은 문재인 정부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우리 정부에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과제를 안겨줬다.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여건' 마련이 우리 정부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 이목이 집중됐다.

11일 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삼지연 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을 관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출처: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출처:청와대>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청와대 오찬, 아이스하키 관람, 서울 공연 등 네 차례에 걸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만났다. 김 부부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합류, 방남했다.

김 부부장은 10일 청와대 오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여건' 조성을 전제로 회담을 하자고 답했다. 갈등과 긴장 일색이었던 한반도 정세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급변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향후 여건이 만들어져 남북회담이 열린다면 오는 6월 6·15 남북공동선언 18주년을 맞아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73주년을 맞는 8·15 광복절도 후보로 거론된다.

남북 간 대화 국면이 싹을 틔우면서 남북 경협 재개도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단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기대감이 일고 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맞아 '선물'을 가져온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정부에는 힘든 '과제'가 될 공산이 크다. 평창 올림픽 계기로 이뤄진 평화 모드가 남북 정상회담까지 순조롭게 이어질지 미지수다. 북한이 국제사회 비핵화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미국, 일본은 물론 UN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문 대통령의 방북을 허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청와대도 북한이 꺼낸 정상회담 카드를 놓고 고심한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남북 관계도 발전시켜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았다.

대북 최대 압박을 통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은 '비핵화 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원칙이 확고하다. 문 대통령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회담성사에 '여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간 조금이라도 개선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 과제다. 복잡하게 얽힌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설득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상황이 녹록치 않다. 평창 올림픽 이후로 미뤄진 한미연합훈련이 주요 변수다. 훈련 재개, 북한의 추가 도발, 남북 관계 경색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정치권에서도 조건없는 남북정상회담을 경계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그 어떠한 회담도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넘어가 북핵 완성의 시간만 벌어주는 이적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은 “북한과의 대화가 곧 한·미동맹 균열로 연결되는 제로섬 관계가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비핵화'를 전제로 내건 미국과 '비핵화 패싱 속 남북 대화'를 제안안 북한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지원 속에서 남북 관계 발전과 북한의 비핵화를 동시에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