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연구팀이 곤충 탈피과정에서 호흡기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발견했다. 사람의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 등 신약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문승현)은 김도형·김영준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마이클 애덤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리버사이드 교수팀과 공동으로 뇌에서 분비되는 '카이닌(Kinin)' 호르몬이 곤충의 탈피 과정에서 호흡기관에 공기를 채우는 역할을 조절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곤충의 탈피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카이닌은 짧은 아미노산 구조인 펩티드성 신경호르몬 일종이다. 곤충의 호흡기 조절에 관련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밝혀냈다.
곤충의 호흡기는 인간의 폐와 유사해 산소를 조직까지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 폐안의 분비물이 배출되고 공기가 차는 과정을 한 번 거치지만 곤충은 탈피 때마다 새로운 호흡기관이 형성되고 호흡기관에 공기가 차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팀은 곤충의 탈피행동유도호르몬(ETH)에 반응해 분비되는 카이닌이 혈액을 통해 호흡기관에 도달하고 새로 형성된 호흡기관에 존재하는 체액을 흡수하고 공기가 유입되는 과정을 조절한다는 것을 칼슘이미징 기술로 증명했다.
연구 결과 카이닌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호흡기조직세포가 더 빠르게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카이닌에 문제가 생겨 체액을 흡수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 곤충이 호흡곤란으로 죽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인간의 폐에서 외부에 있는 체액을 폐 조직 안으로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나트륨채널(ENaC)이 곤충에서 카이닌이 호흡기에 작용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김도형 교수는 “곤충들도 인간과 유사한 원리로 호흡기 질환을 가질 수 있으며 카이닌 호르몬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며 “인간의 폐부종이나 신생아 호흡문제를 해결할 신약개발과 해충방제 연구 모델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