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에서 4세대 LTE까지 이동통신의 역사를 바라보면 그 중심은 휴대전화에 있었다. 하지만 5G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5G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단순히 떠오르는 생각은 더 빠른 이동통신이었지만, 곧 상용화를 목적에 둔 5G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월 7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에서는 '퀄컴 5G Day' 행사가 열렸다. 이날 써지 월레네거(Serge Willenegger) 퀄컴 제품 담당 수석 부사장은 "전기와 컴퓨터가 중앙 접근 방식에서 엣지 단계로 이동하면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5G는 처음 전기가 나왔을 때처럼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고 언급했다.
5G는 크게 3가지 특성을 중심으로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초고속, 저지연, 초연결이 그것이다. 4G에서 5G로 넘어가는 만큼 더 빠른 속도는 많은 이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저지연과 초연결이다.
저지연은 쉽게 이야기하면 무선임에도 유선처럼 지연 없는 통신을 말한다. 5G는 4G늬 1/10 수준인 1ms 전송 지연 속도를 지니고 있다. 지연 속도와 관련해서 가장 많은 예를 드는 것이 커넥티드카가 아닐까 싶다. 사고가 나기 직전 브레이크 작동 신호를 중앙 서버에서 보냈다면, 4G에서는 신호를 보내고 브레이크가 작동되기까지 지연 시간으로 인해 미묘한 시간차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미리 사고를 파악했음에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5G에서는 신호를 보내자마자 브레이트가 작동된다.
퀄컴 5G Day 행사장에서도 이와 관련한 데모를 볼 수 있었는데, 구멍이 뚫린 원반이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는데, 구멍이 상단에 올 때 원반 뒤에 LED가 켜지는 데모였다. LED 연결을 유선으로 했을 땐 원반의 구멍이 상단에 올때 LED가 정확히 켜졌다. 하지만 4G로 했을 때 기존과 동일하게 신호를 줬음에도 LED가 제대로 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만큼 작업 미스가 생겼다. 하지만 5G로 했을 땐 유선과 동일하게 누락 신호 없이 제대로 작동했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로봇에 입력한 명령이 정확한 시간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지연 시간이 있으면 작업은 꼬이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는 유선으로 로봇이 연결되어 있으며, 고정된다. 하지만 이것이 무선으로 바뀐다면, 로봇의 작업 반경은 공장 전체로 확대 된다.
커넥티드카도 마찬가지다. 이미 퀄컴은 C-V2X를 위해 자동차 업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여기서 V2X는 다른 차량(V2V), 보행자(V2P), 도로 시설(V2I) 등과 직접 통신을 의미한다. 단순히 차량이 온라인에 접속해 있다는 걸 넘어 주변 사물과 통신하고 메시지 교환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차선을 변경한다고 해보자. 사람이 운전한다면, 옆 차선을 사이드미러로 주의 깊게 살피면서 변경 해야 한다. 그런데도 종종 사고가 나게 된다. 자율주행 차량 또한 마찬가지다. 차량의 다양한 센서로 주변을 파악해 차선을 변경하는데, 문제는 안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차선 변경을 하지 않아 마냥 기다려야 한다. C-V2X에서는 다른 차량과 직접 통신을 통해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더 빠른 루트를 찾아 차선 변경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5G의 저지연은 기존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물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산업 전반에 걸쳐 5G가 활용될 것으로 보이고,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써지 월레네거는 "물리적으로 데이터에 접속하는 것이 아닌 센서 등을 통한 연결성으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졌다"며 "여기에 지능화를 적용하면 시스템 자동화까지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5G 통신 기술은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 즉 엣지 단계에서 인텔리전스를 구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날 퀄컴이 공개한 '와이어리스 엣지 솔루션(wireless edge solution)'은 5G의 이런 특성을 대비한 솔루션이다. 한마디로 산업용 IoT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칩 단계부터 신뢰성을 높여 제공한다는 점이다. SDK, API 제공뿐만 아니라 제작과 소프트웨어의 장기간 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며, 비용 절감도 이룰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에코시스템 지원 또한 빼놓지 않았다. 퀄컴 IoT SDK도 공개했다. 현재 MDM9206에 적용한 상태다.
5G에서 비즈니스 기회는 퀄컴이 종전에 진행해오던 종류와 다르다. 스냅드래곤 플랫폼이 적용되는 기기는 많아졌지만, 앞으로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업계, 생태계가 모두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써지 월레네거는 "아직까지 많은 의사 결정은 사람이 처리하고 있으나, 지난 발전 과정을 보면 지능(인텔리전스)는 결국 엣지 단계로 넘어올 것이다"며 "결국 완전 자율화의 단계인 오토노미(autonomy)에 이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차라고 할 수 있다.
퀄컴의 바라보는 5G의 비전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5G가 상용화되고 산업계 전반에 정착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점이다.
샌디에이고(미국)=전자신문인터넷 김태우 기자 t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