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R&D 투자 인텔의 4분의 1

거액 투입 부담에도 한자릿 수 R&D 투자 비중 개선 필요

삼성전자가 지난해 매출에서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에 올랐지만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인텔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R&D 투자 비중도 세계 반도체 기업의 평균에 밑돌았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미래 투자에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R&D 비용을 가장 많이 쓴 반도체 회사는 인텔이었다. 130억9800만달러를 투자했다. 전년 대비 3% 증가한 수치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한 비중은 21.2%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억1500만달러를 R&D에 썼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19% 증가했지만 절대 금액에서 인텔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매출액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낮았다.

IC인사이츠는 “지난해 인텔 R&D 비용은 퀄컴, 브로드컴, 삼성전자, 도시바 R&D 비용을 합한 수치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시설 투자에도 천문학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매출에서 차지하는 R&D의 액수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인텔은 지난 수십년 동안 시설 투자 외 R&D에도 많은 비중을 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R&D 투자 인텔의 4분의 1

SK하이닉스(17억2900만달러), TSMC(26억5600만달러) 역시 전년 대비 R&D 비용을 두 자릿수로 확대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로 낮았다. 마이크론(26억5600만달러) 역시 이 비중 수치가 한 자릿수였다.

시설 투자 부담이 없는 팹리스는 여전히 많은 돈을 R&D에 쏟아붓고 있다. 인텔에 이어 R&D 지출 2위인 퀄컴은 지난해 34억5000만달러를 R&D에 썼다. 매출 대비 비중은 20.2%로 높았다. 다만 절대 액수는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퀄컴은 지난해 전방산업인 스마트폰의 출하 둔화로 매출이 5% 떨어지는 등 성장통을 겪고 있다. 퀄컴의 뒤를 이어 브로드컴이 34억2300만달러로 R&D 투자 '톱3'에 이름을 올렸다.

5위 도시바는 지난해 26억7000만달러를 R&D에 썼다. 이는 전년 대비 7% 줄어든 수치다. 도시바메모리는 모회사의 원전투자 손실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세계 반도체 톱10 업체 가운데 전년 대비 R&D 비용를 가장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7억9700만달러를 R&D에 투자했다. 전년 대비 23% 확대된 수치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한 비중은 19.1%로 높았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R&D 비용 지출 톱10 반도체 업체들의 총 R&D 투자 규모가 359억2100만달러였다. 이는 전년 대비 6% 확대된 수치다. 톱10 업체 매출액 합계에서 R&D가 차지한 비중은 13%에 달했다. 톱10에 든 반도체 업체라면 100만원을 벌었을 때 평균 13만원을 R&D에 투자했다는 의미다.

IC인사이츠 집계에 따르면 톱10 반도체 외에도 NXP,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ST마이크로, AMD, 르네사스, 소니, 아나로그디바이스, 글로벌파운드리가 지난해 10억달러 이상을 R&D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R&D 투자 인텔의 4분의 1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