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혁신본부 조직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범 부처 정책 조율 과정에서 조정력 한계를 경험했고, 본부 위상에 비해 조직이 작기 때문이다.
과기혁신본부는 올해 연구관리전문기관 효율화, 연구과제관리시스템 정비 등 지난해보다 많은 과제를 안았다. 산하 조직의 산재된 업무를 총괄하고 대외 협상력을 높일 조정관 신설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20일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팎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 내 1급(실장급) 조정관 직제 신설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과기혁신본부는 3국 13과 체제다. 과기정통부 내 연구개발(R&D) 사업 담당 1차관실보다 규모가 작다.
지난해 본부 신설 직후부터 '컨트롤타워'로서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가 컸다. 과기혁신본부장(차관급)은 일반 차관과 달리 국무회의에 배석한다.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어 과기 정책을 조율한다. 위상, 역할과 달리 세부 조직은 실이 아닌 국 단위로 구성됐다.
부처 내외 혼선까지 겹치면서 조직 확대 요구가 힘을 받고 있다. 과기혁신본부는 지난해 국가 R&D 예비타당성조사 권한 조율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애초 기획재정부로부터 예타권을 이관받고 R&D 예산지출한도도 공동 설정하기로 했으나 예타권만 '위탁' 받았다.
올해도 굵직한 개혁 과제가 산적했다. 각 부처에 산재한 연구관리전문기관 기능을 10개 부처 10개 기관으로 재편해야 한다. 과기혁신본부가 주도하는 범 부처 태스크포스(TF)가 6월까지 세부 정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100개 넘는 연구과제 관리 규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가칭) 연구개발특별법' 제정도 난제다. R&D 규정을 운용하는 모든 부처와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기초·원천 R&D 사업 수행 주체를 과기정통부로 일원화하는 정책도 부처 간 갈등이 예상된다.
이들 과제 모두 과기혁신본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정부 내 복수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 사안이다. 현 국 단위 체제로는 힘에 부친다는 지적이 높다. 역할은 늘었는데 조직은 작다.
과기혁신본부는 최근 인사에서 산하 국장을 교체했다. 총괄 국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정책국장에 기재부 출신 류광준 국장이,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에 과학 관료 출신 강건기 국장이 임명됐다. 예산을 다루는 조직에 과학 관료를, 중·장기 정책 수립 조직에 재정 전문가를 임명한 셈이어서 '파격'이라는 평가다.
앞서 성과평가정책국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출신 이태희 국장이 왔다. 혁신본부 내 3개 국에 과학, 정보통신기술(ICT), 재정 출신이 골고루 포진했다. 본부의 다양성은 높아졌지만 이를 시너지효과로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1급 조정관을 신설해 '교통정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가 핵심 업무였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전담 조정관을 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과기정통부를 존치시키며 컨트롤타워 복원을 통한 '과학기술 르네상스'를 핵심 과제로 부여했다.
과기혁신본부 사정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과기혁신본부가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핵심 정책 조율에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라면서 “정부 내에서 1급 조정관 신설이 논의되는 만큼 조직 개편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