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 사퇴 안해, 산입범위 조정 두고 노사 힘겨루기 이어져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접고 정상화했지만 노사 위원 간 산입범위 조정을 두고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노동계로부터 사퇴요구를 받은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임기 종료까지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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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3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대 쟁점인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논의했다. 지난달 말 2차 회의는 어 위원장의 불공정한 발언을 문제 삼은 노동계의 항의로 파행했다.

어 위원장의 유감 표명으로 3차 회의가 열렸지만 의견 폭은 좁히지 못했다. 경영계는 기본급과 일부 고정수당에만 국한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협소하다며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산입범위를 확대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작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많이 올랐다 보지 않는다”며 “제도개선 논의는 저임금 해소에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용자위원인 김제락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현장에서 난리가 났다”며 “노동계가 '많이 오른 게 아니다'라고 인식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도 개선 논의를 할지 의문”이라며 맞섰다.

제도개선 방법과 전망에 대해서도 노사 입장은 엇갈렸다. 노동계는 노사 각 대표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구성해 합의를 빠르게 도출하자고 하는 반면, 경영계는 노사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회의에서 어 위원장은 “4월 말까지 임기가 얼마 안 남았지만 최선을 다해 최저임금위를 끝까지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어 위원장은 “공익·사용자·근로자위원이 깊은 관심과 애정을 표현해 주셨고 이에 부응하지 못한 미숙한 행동과 언행을 반성하고 있다”며 “자존심과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위원들이)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 위원장은 “믿었던 사람이 뒤통수 때리면 더 아픈데 노동계가 그런 심정으로 섭섭해한 것 같다”며 “노동계와 각 공익위원이 공동으로 만난 비공식간담회를 통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주고 받았고 최저임금위를 정상 운영하는데 적극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위원인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위원장의 최저임금 관련 발언 중 일부분만 편집 보도되면서 진의가 왜곡됐다”며 “위원장의 결정에 대해 가타부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