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색다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눈길을 끈다.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분기별 예상 실적에 따라 비상경영 수위를 단계별로 책정해 운영하는 시나리오 경영 일환이다. 직원 사기는 높게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점검하고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임원을 중심으로 비용 감축 활동을 시작했다. 비상경영 체제 운영기간과 수위를 정하기 위해 별도 시나리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비상경영은 분기별 실적을 예상하고 해당 기간 동안 비용 감축 활동을 임원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게 핵심이다. 일반 직원까지 비상경영으로 사기가 떨어지거나 과도한 비용 감축 압박을 받지 않도록 임원 중심으로 출장 비용 감축, 법인카드 사용 줄이기 등을 자율적으로 시행한다. 회사에서 별도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임원이 자유롭게 결정해 운용한다.
이에 따라 임원은 비상경영 기간 동안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 좌석 대신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한다. 법인카드 사용도 축소하는 등 경비를 절감하게 된다.
회사는 이번 비상경영이 전체 임직원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일반 직원을 위한 사내 복지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1분기가 계절 비수기로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1분기에 한해 시나리오 비상경영을 실시한다.
LG디스플레이의 비상경영은 올해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작년에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액정표시장치(LCD) 시황이 좋지 않아 1분기 이후 계속 실적이 내리막을 걸었기 때문이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대를 돌파했지만 4분기는 450억원에 그칠 정도로 격차가 컸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도 더 안정화가 필요해 당장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올해 LG디스플레이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 2조4616억원에서 올해 1조원 초중반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 OLED 사업 성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중국발 LCD 공급 과잉, 낮은 LCD 평균 가격, 제한적인 중소형 OLED 생산 능력 등으로 올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0.5세대 OLED 투자, 6세대 플렉시블 OLED 수율 확대 등 여러 중요한 기술 도전을 맞은 만큼 임직원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사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때문에 비상경영이 필요하더라도 이를 한시적 효율적으로 실시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시나리오 비상경영은 2016년 1분기에 실시했었고 당시 소폭의 성과도 거뒀다”며 “이를 올 1분기에 다시 실시해 실적 축소에 대비하고 여러 경영 활동을 점검하게 된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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