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는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에 2013년 진출했다. 2016년 디디추싱에 우버 중국법인을 넘기면서 3년 남짓한 경쟁은 중국 기업의 승리로 귀결됐다. 이 경쟁은 우버와 디디추싱에도 조 단위의 판촉 비용을 투입한 처절한 생존 경쟁이었다. 글로벌 강자 우버는 어떻게 해서 중국의 내수 기업에 완패했을까.
우선은 너무도 다른 중국의 사업 환경을 꼽을 수 있다. 디디추싱은 우버와 달리 택시기사를 '사업 파트너'로 택했다. 이로써 택시계의 저항 없이 사업 진입에 성공했다. 또 중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운행하는 차량보다 택시 기사 신뢰도가 더 높다는 점이 작용했다. 그리고 우버는 중국의 지불 결제 환경의 차이도 간과했다. 중국 소비자는 신용카드를 많이 갖고 있지 않다. 디디추싱은 현금 지급을 허용했고, 중국에서 인기 높은 텐센트의 위챗 지급 결제 시스템을 채택했다. 텐센트는 디디추싱에 투자한 회사다. 이런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텐센트는 우버의 위챗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알리바바 또한 디디추싱 투자자다. 그러니 우버의 알리페이 전환도 순조로울 수가 없었다.
결제 수단뿐만 아니라 구글지도에 기반을 둔 우버는 구글지도의 정상 작동이 되지 않는 환경에서 바이두지도로 전환해야 했다. 이런 기술 전환을 마치고 사업을 시작할 때쯤에는 이미 디디추싱이 중국 시장의 80%를 점유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버가 갖추지 못한 많은 서비스를 중국 시장에서 출시하고 있었다. 대리 운전 호출, 렌터카 호출, 기업용 차량 공유, 미니버스 호출, 고급 차량 호출, 자전거 공유 등 인기 있는 서비스로 우버를 압도했다. 2015년 애플이 디디추싱에 1조원의 투자를 결정한 것은 중국 시장에서 우버보다는 디디추싱의 승리 가능성이 더 엿보인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에 충분했다.
우버의 중요한 실수는 후발업체로서 무모한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우버는 기사와 소비자를 디디추싱에서 빼앗아 오기 위해 80%가 넘는 리베이트 전략을 구사했다. 이 출혈 경쟁에서 우버는 두 가지를 간과했다. 우버와 달리 디디추싱은 중국의 막강한 기업인 텐센트, 알리바바 등과의 연합 세력이라는 것과 중국 사회의 윤리 의식이나 신뢰 수준이 우버가 경험한 나라들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우버 탑승 가격의 80~90%를 승객에게 돌려주는 가격 할인 정책은 우버 기사들이 두 대의 스마트폰으로 자기를 호출하는 엄청난 가상 수요를 만들어 내는 기발한 행위로, 우버는 실수요자 확보도 못하고 엄청난 출혈 경쟁을 했다.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배후 투자자여서 막대한 자본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디디추싱이 우버를 물리치는데 핵심 공헌을 했다.
디디추싱과 우버의 경쟁은 우리나라 검색 엔진 분야에서 구글을 물리친 사례나 글로벌 할인점들이 국내 진입에 실패한 사례와 유사하다. 아무리 세계화된 세상이라고 해도 각 나라의 시장은 모두 다르다.
최근 IT 혁신을 거부하는 우리나라의 정서 속에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더 잘 알고 있는 기업이 승리한다. 디디추싱은 자기 시장의 선점, 훌륭한 투자자들과의 전략 연대로 우버에 승리했다. 우리 기업이 전략 연대와 투자에 인색한 것은 디디추싱 사례에서 교훈으로 삼을 일이다. 막대한 투자 자금과 중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디디추싱은 이제 기업 가치 60조원의 유니콘 기업 2위라는 위상을 앞세우고 글로벌 기업으로 약진하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