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황금기를 누린 항생제는 1990년대 기점으로 효력도 떨어지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도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내성으로 쓸 수 있는 항생제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인류는 큰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항생제 개발에 따른 평균수명 향상과 제약 등 산업 효과는 거대했다. 항생제 황금기를 누린 인류는 이제 또 다른 세균 위협에 직면했다.
손 교수는 “항생제 남용으로 내성이 생긴 세균이 늘어나면서 슈퍼박테리아 공포가 확산된다”면서 “국가나 의료기관에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만 정작 일반인은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작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웹통계시스템에 신고된 슈퍼박테리아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은 4958건이다. 표본감시 시작 후 5년간 90배 증가했다.
문제는 항생제 내성균을 치료하기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제약사가 항생제 개발을 포기한다. 후보물질 발굴은 어렵고 개발과정이 복잡해 돈이 많이 든다. 수요도 제한적이라 투자금액을 회수하기 어렵다.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더라도 의료진은 기존 항생제를 충분히 쓴 뒤 최후 방법으로 신제품을 사용해 '출시효과'도 떨어진다.
손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등은 병이 나을 때까지 오랫동안 먹어야 하고, 항암제는 고가에다 수요층이 두텁다”면서 “항생제는 균을 죽이는 동안만 사용하면 되는데다 약가도 낮게 책정돼 제약사가 개발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슈퍼박테리아 전염성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항암제 내성은 개인 유전자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슈퍼박테리아는 유전자와 상관없이 전염성이 강하다. 실제 CRE는 전염성이 10~21%로 매우 높다.
손 교수는 “항암제 내성은 개인마다 다르고 유전자 영향을 많이 받아 옆 사람에게 전달이 안 된다”면서 “슈퍼박테리아는 전염성이 강해 체계적 감염관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사회적 문제로 커진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항생제 남용을 막을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효과적이다. 고대의료원은 SK주식회사 C&C와 인공지능(AI) 기반 항생제 관리 시스템 '에이브릴 항생제 어드바이저'를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감염병과 항생제 관련 국내외 논문, 가이드라인, 약품 정보, 보험정보 등을 학습해 환자 증상에 맞는 항생제 정보를 제공한다. 항생제 처방, 주기, 추천 근거를 포함해 부작용, 주의사항, 보험 적용 여부까지 알려준다.
손 교수는 “기존 항생제 가이드라인은 미국 기준으로 우리나라 병원 특이성, 처방 적합성이 떨어진다”면서 “작년 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해 시범 적용했고 연말 공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고 슈퍼박테리아 대응 신약도 개발해야 한다”면서 “AI를 활용해 모니터링뿐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등 ICT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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