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인형뽑기 기기 최대 수출국이 된 이유는?

유호천 GTI 대표.
유호천 GTI 대표.

“규제가 풀리면서 중국 어뮤즈먼트 산업이 재도약 전기를 맞았다.”

아시아 최대 어뮤즈먼트 분야 전시 회사인 GTI 유호천 대표는 지난 26일 열린 '전남 어뮤즈먼트산업 발전전략 포럼' 행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행사는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공동 주최·주관으로 열렸다.

유 대표는 “중국 어뮤즈먼트 산업은 2005년 이전까지 암흑기가 지속되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며 “2015년 중국 정부가 규제를 전면 해제하면서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가상현실(VR) 육성 전략이 아케이드 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며 “중국은 VR와 아케이드가 결합한 체감형 게임산업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VR 게임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 기준 VR 게임 이용자는 4000만명에 이른다. 전년 대비 58.2% 늘어난 규모다. 상용 게임 유료 가입자 수도 같은 기간 69.2% 상승했다. VR 매출은 현재 4억 위안을 돌파했다.

유 대표는 “중국 광저우는 아케이드 게임 전체 시장 중 60%를 차지할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관련 기업은 수출과 건전한 게임 개발, 유통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채기명 대만어뮤즈먼터산업협회 이사장도 규제 완화가 산업 성장을 견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만 역시 불법 영업자 때문에 법을 준수하는 일반 운영자들이 피해를 봐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아케이드 게임과 겜블게임 영역을 철저히 분리, 불법을 차단하면서 합법 업소를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정책에 수혜를 입은 산업이 인형뽑기다. 그는 “당초 법령에 따라 허가된 장소에서만 영업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인형뽑기를 자동판매기로 분류, 장소와 시간 구애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며 “이때부터 산업이 급속도 성장,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내 인형뽑기 기계 생산·제조 연매출 규모는 1억5000만 달러다. 세계에 퍼진 전체 인형뽑기 가운데 70%에는 대만 부품이 들어갔다. 대만에는 10만여대 상당 인형뽑기가 운영된다. 이중 7만대는 무인으로 작동된다. 대만 기업은 무인점포와 IT를 결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유 이사장은 “인형뽑기 기기가 3년 내 전자지급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인형을 뽑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오창렬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내 어뮤즈먼트 산업이 주춤한 상황이지만 전남 글로벌게임센터를 기반으로 활성화될 것”이라며 “VR, AR가 결합한 체험 관광사업 확대는 물론 테마파크를 조성해 어뮤즈먼트 산업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회장은 “아시아 어뮤즈먼트 맹주 자리를 차지한 대만과 한때는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했지만 지금은 크게 뒤쳐져 있다”며 “꽉 막힌 규제가 언제 풀릴지 기약할 수 없지만 전남의 도움으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