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의 통상압박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산업에 대한 '과세 폭탄'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가정용 세탁기와 태양광패널 세이프가드 조치에 이어 수입 봉쇄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한국 산업계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공장이 문을 닫고 있거나 이미 폐쇄됐는데, 우리나라의 철강 알루미늄 산업을 다시 소생시키고 싶다”면서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면 부과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치러야 할 대가가 더 생길지 모르지만, 우리는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국의 철강산업 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관세 폭탄' 강행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을 놓고 △특정 국가에 대한 초고율 관세 적용 △일률적인 고율 부과 △쿼터제 부과 등 3가지 안을 담은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원천적으로 수입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보고서 접수 이후 90일 이내(철강은 4월 11일까지, 알루미늄은 4월 19일까지) 보고서 내용에 따른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발동한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대해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고사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 제품과 관련, “우리가 중국보다 훨씬 질이 좋은 태양광 패널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 무역 적자를 놓고 “시 주석은 특별하고 잘 해왔지만,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시 주석은 중국을, 나는 미국은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선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와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 용의를 밝힌 이후 처음이다. '적절한 조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먼저 확고한 비핵화 의지와 방안 등을 내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미 대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정권을 일일이 거명하며 “다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오래전에 해결했어야 했다. 그들은 25년 동안 (북한과) 대화했는데,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 단독 제재와 관련해 “그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제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