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화학회 창립정신에 담겨 있는 이종 분야 간 협력과 상생의 길을 본받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기화학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는 것이 저를 비롯한 이 분야에 관계하는 학자와 연구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기화학회 제11대 회장을 맡은 조원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의 포부다. 고려대학교 금속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1984년부터 KIST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 회장은 1998년 한국전기화학회 창립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후 재무이사, 총무이사, 감사, 부회장 등으로 활동해오다 올해 초 회장에 취임했다.
전기화학은 전하전달 현상이 동반되는 화학 반응과 그 응용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전기화학회에서 다루는 영역도 센서, 이차전지, 연료전지, 태양전지, 커패시터, 전착 등 전기화학 현상을 이용하는 학술 분야 전반을 아우른다.
올해부터 2년간 한국전기화학회를 이끌게 된 조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전기화학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로 꼽히는 자율주행차, 드론, ESS, 태양전지, 연료전지, 센서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학회의 비전을 재정립하는 것도 숙제다. 이를 위해 최근 조 회장을 비롯한 80여명의 한국전기화학회 핵심 회원들이 광주에서 '전기화학, 새로운 20년'을 주제로 머리를 맞대고 바이오 전기화학과 환경 전기화학 등 새로운 연구 분야 설정을 논의했다.
조 회장은 “우리 인류가 전기화학을 이해하게 된 것은 19세기 이탈리아 학자 갈바니의 '개구리 뒷다리 실험'부터로 그 이후 전기화학은 배터리, 연료전지, 태양전지, 커패시터, 센서, 전착에 이르는 많은 분야로 확대 발전했다”면서 “개구리 뒷다리의 작은 움직임이 가져온 거대한 전기화학 물결이 액세서리 도금에서 전기자동차 주행, 신재생발전과 저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거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신경전달 해석과 몸 상태 진단 해석 분야 등으로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기로 가는 자율주행차, 하늘을 나는 드론, 몸에 부착된 생전기 화학센서 등 전기화학 현상을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장치가 곧 등장할 것”면서 “전기화학이 새로운 20년을 시작하는 시기에 한국전기화학회 회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기화학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이 되는 학문적 기초가 약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했다.
조 회장은 “전기화학을 전문으로 다루는 대학 교육과정이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고 그나마 전기화학 과목을 개설한 학교 강좌마저 제대로 이어지고 있지 못한 현실을 접하면서 우리의 조급증 DNA가 대학교육에도 많은 문제를 낳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세상의 빠른 변화에 필요한 융합과 창의발상도 중요하지만 변화의 핵심에 자리하는 학문적 바탕의 중요성도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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