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한회사 정보공개 압박강도 높인다…포괄 네거티브 방식과 전수검사 검토

연도별 국내 유한회사 수.(사진=금융위원회)
연도별 국내 유한회사 수.(사진=금융위원회)

정부가 법 망을 빠져나가는 유한회사가 없도록 법 체계를 정비한다. 조세 회피 의혹을 받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11월 1일 시행되는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 시행령과 감독 규정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이르면 이달 말 시행령을 완성, 입법예고한다. 개정안은 유한회사에 외부 감사 의무를 부여했다. 시행령에는 외부 감사 대상 유한회사의 범위가 담긴다.

새로운 외감법 시행령의 골자는 외부 감사 대상에서 빠져나가는 유한회사가 없도록 법 망을 촘촘히 설계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전체 유한회사를 외부 감사 대상에 포함시킨 뒤 소규모 회사를 배제하는 '포괄 네거티브'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해당 제도를 먼저 시행한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 유한회사에 과도한 규제를 부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변수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12년 상법 개정 이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회사를 대상으로 전수검사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사업 형태를 바꾼 업체를 조사, 불공정 혐의가 드러나면 외부 감사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전수검사는 개별 유한회사가 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를 받은 뒤 결과를 보고하는 방식이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외부 감사, 재무제표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의 이점을 악용해 사업 형태를 바꾼 대규모 외국인 투자 법인이 많다”면서 “전수조사를 통해 꼼수를 부린 이들 유한회사를 대거 적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2012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회사 규제가 느슨해진 사이 조직 변경에 나선 회사가 있을 것으로 의심의 눈총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 공시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회계 처리 적정성을 검증할 수 없었다. 회사가 발표한 매출, 비용, 재무 정보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업, 주식·유한회사 간 역차별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배달의민족, 야놀자와 같은 국내 스타트업도 외부 감사를 받고 결과를 공개하는데 구글 등 조 단위 매출을 내는 유한회사의 경영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 경영 투명성과 사회 책임 강화라는 국민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정부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된 시점을 기준으로 종업원 수, 매출이 급격하게 변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령 설계 작업 역시 최대한 많은 유한회사를 외부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를 동일한 잣대로 분류, 외부 감사와 공시 의무를 부여할 방침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한회사로 전환된 다국적 기업의 세원 잠식, 기업 경영 투명성, 책임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면서 “공정한 외부 감사 기준 마련을 위해 면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수조사의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