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트럼프發 무역보복 도미노 시작되나

美 철강 관세 방침이 전 세계를 겨냥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운이 드리웠다. 미국과 중국 G2 간의 무역 갈등이 깊어질수록 주변국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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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밝힌 이후 열강 간 무역보복 전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철강과 농산물은 물론 일부 미국 대표 브랜드에 보복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역시 미국 농산물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캐나다와 일본도 무역보복 조치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열강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질 경우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진다. EU와 중국 등이 무역보복을 위해 자국 시장 보호 명분을 제시하면서 미국 제품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EU는 미국 고율 관세를 피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수입이 급증할 경우 시장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열강 사이에서 시장규모가 작은 주변국이 피해를 보는 전형적 무역전쟁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한국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무역전쟁 구도가 미국과 중국 G2 양국 간의 대립으로 치달으면 어려움이 커진다.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철강 관세를 기점으로 폭발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미중 양국 모두로부터 무역 견제 대상에 올라 있다. 미국으로부터는 지난 1월 세탁기·태양광 제품 세이프가드 조치에 이어 철강 관세까지 난타를 맞았다. 중국과는 사드갈등 이후 양국 간 교역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최악의 경우 미중 양국 간 무역보복에 우리나라가 '패키지'로 묶이는 상황이다.

미국이 최종 결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우방국에 대해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우방국의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을 뿐더러 이를 규제할 경우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브랜드파이낸스는 올해 가장 가치 있는 채광·철강 브랜드 1·2위로 호주 BHP와 스위스 클렌코어, 3위를 포스코로 선정했다. 미국 기업은 단 한 곳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 내에서도 우주항공·기계·자동차 등 수요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는 자국 철강제품 외에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높은 외국산 철강제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철강 업계는 미국 시장 비중을 줄이거나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 등을 구상 중이다. 2016년 냉연·열연 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조치 이후 대미 전략을 수정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냉연·열연 강판의 미국 수출비중을 계속 줄였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넥스틸은 휴스턴에 공장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경제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미 의회 및 정부 유력인사 565명에게 철강 수입 제재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는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서한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수지 적자 감축 노력을 충분히 이해하나 한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제재 강화는 재고돼야 한다”면서 “미 의회와 정부에 현재 진행 중인 한국 기업 관련 통상 정책에 관한 우려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