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인식 기능을 가진 가상 인공지능(AI) 해양생물이 개발됐다. 이 알고리즘은 인간 두뇌와 유사한 AI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연구진은 최근 가상생물인 '사이버 슬러그(Cyber Slug)'를 개발했다. 이 AI는 해양생물인 '갯민숭달팽이'와 유사한 행태다. 먹이나 다른 해양 생물에 반응한다. 갯민숭달팽이는 조개 일종인 복족류에 속하면서도 껍데기가 없는 연체동물이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이뉴로(eNeuro)'에 실렸다.
사이버 슬러그는 대부분 AI와 달리 간단한 자기 인식 능력을 갖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한다. 배고픔을 느꼈을 때 어떤 먹이가 맛있고 어떤 먹이가 바람직하지 않은지 배운다. 갯민숭달팽이는 야생에서 다른 생물과 마주칠 때 '포식' '생식' '회피' 등 세 가지 반응 중 하나를 선택한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자기 내면을 이해해야 한다. 냄새 등 환경에서 단서를 얻어야 한다. 지난 번 선택에서 괴로운 결과가 나왔는지 등도 기억해야 한다. 연구진은 단순한 생물과 유사한 알고리즘 개발이 향후 인간 두뇌와 더욱 유사한 형태 AI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레이너 질레트 일리노이대 분자물리학과 교수는 “사이버 슬러그 기본 대응은 회피지만 굶주림, 감각, 학습을 통해 식욕이 형성되면 공격도 선택한다”면서 “원시 조상 두뇌와 매우 흡사한 모델을 가지게 됐다. 다음 단계는 향상된 사회성과 인식을 얻기 위해 더 많은 회로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