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초 총재 교체 시 4월이나 5월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연임 확정으로 통화정책 연속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4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은 총재 연임 결정으로 4월이나 5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총재를 선임한 데 따른 공백기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번 연임으로 4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조금 올라갔다”고 진단했다.
신임 총재 취임 직후 금통위는 통상 '패싱'으로 여겨진다.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경제 여건을 충분히 살펴보고 조율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 연임으로 해당 요인이 사라졌다.
이 총재가 '매파(강경파)'로 분류되는 점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2014년 첫 금통위에서 “국내총생산(GDP) 갭의 마이너스 폭이 축소되고 수요측면 물가 압력이 발생한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2014년 디플레이션, 2015년 세월호, 2016년 메르스 사태 등 국가 위기 상황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야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총재 연임 결정으로 한은 독립성에 힘이 실린 점도 금리인상 가속 전망의 한 요인이다. 이주열 총재도 연임 지명 소감 발표회를 통해 “중앙은행 정책의 중립성, 정책 운용의 자율성에 대해 인정받으면서 연임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높아진 위상을 평가했다.
4, 5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채권 금리 상승세로 이어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290%로 전날보다 2.4bp 상승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2.5bp, 0.5bp 올랐다.
다만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부채 등 열악한 경기여건으로 당장의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부 환경은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변하는데 내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경제 주변을 보면 조기 인상할 수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7월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이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기쁨보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우리 경제가 처해있는 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4월 금통위는 한·미 금리역전 후 처음 열리는 회의다. 이 때문에 금리 조정이 없어도 한은 통화정책 방향은 제시될 것으로 점쳐진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