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가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포기했다. 수조원대 투자가 수반되는 배터리 사업에서 그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보쉬는 최근 성명을 통해 배터리 셀을 자체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5억유로를 투자한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합작사 리튬에너지앤드파워(LEAP)를 해산하고 추가 연구를 중단한다. 2015년 인수한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 시오(Seeo)도 매각한다.
지난해 12월 보쉬는 2030년까지 200GWh 배터리셀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200억유로(약 27조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롤프 불란더 보쉬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부문 회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한 업체가 되기 위해 직접 배터리 셀을 생산할 필요는 없다”면서 “이는 기술 문제라기보다는 경제 문제로 신규 진출자가 시장을 공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보쉬는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배터리 셀은 기존처럼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해 설계하고 구매한다.
보쉬는 과거 삼성SDI와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설립하는 등 배터리 자체 생산에 관심을 보여왔다. 합작사는 4년 만에 보쉬가 철수했다. 당시 보쉬가 배터리 셀 생산 기술 확보를 원한 것이 결별의 이유로 알려졌다.
보쉬의 움직임이 향후 유럽 배터리 독자 노선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현지 업계는 배터리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 각국이 이르면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에 들어가지만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 때문이다.
스위스 ABB와 스웨덴 노스볼트는 유럽 최대 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BMW는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에 2억유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 화학기업과 완성차 업계도 유럽연합(EU) 주도 아래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공동 설립하는데 뜻을 모았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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