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 파견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최한다. 2000년, 2007년 이후 10여년 만의 정상회담이다. 특히 '제3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형식에 대한 파격적 실용주의 접근이라는 평이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도 내비쳤다.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였지만 이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의미 있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대북수석특사)은 6일 오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방북 성과를 발표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정상간 핫라인 구축 △비핵화 의지 천명 △북미대화 용의 표명 △대화 지속 기간 중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하지 않음 △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 남측 향해 미사용 △남측 태권도시범단, 예술단 평양 방문 초청 등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추진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했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했고, 이어 문 대통령이 답방 형식으로 특사를 통해 친서를 보내면서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우리 대북특사단과의 면담 즉시 후속 논의를 실무진에 지시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10여년 만에 3차 회담이 열리게 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느 쪽에서 먼저 회담을 제기했다기보다 지난번 김여정 부부장이 왔을 때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양측의 편리한 시기를 4월 말로 일단 정한 것이고, 특정 일자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대결의 상징이던 판문점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도 남북한 간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이번 특사 방북의 매우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문 대통령을 위한 '선물'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 실장도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강조했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성과다. 이를 기반으로 북미 대화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번 주 후반 예정된 대북특사단의 미국 방문이 분수령이다. 특사단으로 북한을 다녀온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결과를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건넨 제안으로 미국 정부가 움직일 수 있도록 '중매' 역할에 집중한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였지만 미국이 이를 얼마나 의미 있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또 중국과 러시아, 일본도 순차적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간 북미 대화가 우선이고, 여건이 조성된 이후 남북정상회담으로 가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남북정상회담이 빠르게 성사되면서 '선 남북정상회담'으로 '비핵화 여건'을 만들어 가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