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 정책 어디에도 소상공인을 위한 자리는 없어 보인다.
소상인 대부분이 하루에 11시간 영업, 한 달에 고작 사흘만을 근근이 쉬어 가며 생업을 이어 가고 있다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가 놀랍지도 않다.
골목마다 있던 구멍가게 자리는 편의점이 채운 지 오래다. 갑작스런 병세 악화로 휴업 간판을 내건 음식점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점포가 아닌 곳에서 한국인 직원을 구하는 일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고 근로 시간 단축으로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향 속에 소상공인의 목소리는 전혀 담겨 있지 않은 듯하다.
소상공인 목소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목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근로 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 이후 나온 “기업 부담이 증대해지고 노동자 임금이 감소하는 현실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청와대 발언에서 정부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고용 창출 주체인 기업과 노동 주체인 근로자 사이에 소상공인 자리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낀 소상공인은 소득 주도 성장과 과로 사회 탈출에 부담이 되는 걸림돌에 불과해 보인다.
소상공인 사이에서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전히 중소기업이라는 틀 안에서 규정돼 있는 소상공인의 위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다. 보호와 지원만을 위한 소상공인 정책이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과 대등한 위치의 경제 주체로 인정해 달라는 호소다.
경제 활동 인구 가운데 25%를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장기 지원 대책은 어느 정부가 오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임대료 인상에 따른 지원, 카드수수료 인하 등 정책이 수립된 이후 후속 대책만 내놓아선 안 된다. 소상공인을 하나의 경제 주체로 받아들여서 고용, 복지 등 전 영역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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