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폭탄'에서 간판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비껴 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근거는 세 가지다. 하나는 미국 반도체 수출 물량이 갈수록 줄어서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나라별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여년 사이에 크게 변했다.
미국은 2000년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 물량 가운데 30.4%로 1위 수입국이었다. 이후 매년 물량이 떨어져 지난해 3.4%까지 줄었다. 수출 주요국 '톱5'에도 들지 못했다. 중국이 지난해 반도체 수출 물량의 40%가량을 소화하면서 1위에 올랐다. 그다음으로 홍콩, 베트남, 대만, 필리핀 순이었다. 미국이 무역 보복 조치에 적극 나서더라도 수입 비중이 작은 반도체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으로 낙관한다.
두 번째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 협정에 따라 정보기술(IT) 부품은 대부분 무관세이고, 인텔·마이크론 등 거대 반도체 기업을 거느린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는 시각이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에서 반도체가 핵심이며, 대한민국 메모리 경쟁력을 볼 때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미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세계를 상대로 주요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잔뜩 핏발이 서 있다. 이 때문에 미국발 무역전쟁이 터지지 않을까 세계가 조마조마하는 실정이다. 주변 국가의 반대와 우려에도 앞으로 주요 품목을 겨냥한 관세폭탄은 더욱 무자비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우리에게 단순한 수출 품목 이상이다. 경제 성장의 '견인차'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 'IT 강국 코리아'를 알린 주역이다. 반도체가 미국 견제를 받는다면 당장 우리 경제는 날개 없는 추락이 불가피하다. 시장을 제대로 보기 위한 면밀한 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건 분석 이후에 대책이다.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대한민국 위상도 휘청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