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콘텐츠와 IT가 접목된 4차 산업혁명 대표 산업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게임 산업계에서 아시아 맹주로 불렸지만, 현재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다소 침체된 모습이다. 최근 개최되는 각종 게임쇼와 박람회는 행사 자체 성장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 업계를 부흥시킬 수 있는 활력소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국내에서 주목받는 게임쇼 특징을 살펴보면서 행사 평가와 함께 국내 게임업계에 미칠 다양한 시사점을 알아본다.
◇'상전벽해 이끈 자타공인 글로벌 게임쇼' 지스타(G-Star)
지스타(G-STAR)는 90년대 '한국 국제 게임기기 및 소프트웨어 전시회(Amuse World, 어뮤즈월드)'와 2000년대 중반까지 있었던 '대한민국 게임대전(KAMEX)'를 전신으로 2005년 시작된 게임 전시회다. 행사는 개최 초기 문화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등의 중점지원으로 운영됐으며, 민간중심의 '한국게임산업협회'로 이양된 2011년 이후에도 핵심 사업으로 진행되며 명실공히 '글로벌 게임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스타가 국내 게임 산업계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글로벌 대표성'이다. 지스타는 2009년 부산 벡스코로 개최지를 이전한 후 행사규모가 성장해 2017년에는 넥슨·넷마블·웹젠·액토즈소프트 등 국내 대기업과 반다이남코·HTC·엔비디아·에이수스 등 해외기업을 포함한 35개국 679개사 2857부스(B2B, B2C 포함) 규모로 개최돼 25만여 명에 달하는 관람객을 모은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미국(E3)·일본(도쿄게임쇼)의 게임쇼는 물론, 신흥 게임강국으로 불리며 큰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차이나조이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세계 게임시장에서 지스타 입지를 한껏 끌어 올렸다.
행사 규모만큼이나 많은 참가기업이 내놓는 기술과 문화교류, 게임콘텐츠 및 기술 B2B 수출상담, 학술세미나 등 기술 산업적 영역은 물론, 기업과 사용자끼리 소통 활성화 등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등 국내 게임계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게임의 본산 수도권의 최대 게임쇼' 플레이엑스포
플레이엑스포(PlayX4)는 2009년부터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하고 있는 게임쇼로, 경기기능성게임페스티벌·굿게임쇼코리아 등으로 불리다 2016년부터 행사명을 공식화했다.
플레이엑스포는 지스타와 다른 의미로 국내 게임업계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수도권 지역에서 펼쳐지는 최대 게임행사라는 점이 크다. 지스타가 글로벌 영역에서 인정받는 게임행사이기는 하지만, 주요 게임 개발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떨어진 부산에서 펼쳐져 국내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려울 수 있다. 플레이 엑스포는 '수도권 최대 게임쇼'라는 지역적인 이점 하나만으로도 국내 게임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또 다른 주자로 인식된다.
또 다른 특이점은 '중소 개발사 및 기능성 게임 중심' 행사라는 점이다. 글로벌 규모의 게임쇼인 지스타가 신경 쓰기 어려운 중소 개발사의 다양한 게임콘텐츠나 새로운 기술을 해외 바이어 또는 일반 대중에게 직접 노출한다는 점은 전반적인 국내 게임업계를 발전시키는 근간으로서 작용한다. 여기에 지스타와 마찬가지로 해외 게임업계와 기술교류와 관련 학술 세미나 등 기술적 발전을 촉진하는 특색은 물론 갖추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열린 '2017 플레이엑스포(PlayX4)'는 23개국 541개 업체(B2B, B2C 포함)가 참가해 6만2000여명 관람객과 6379만 달러 수출실적을 기록해 중소 게임사를 비롯한 국내 게임계 기반을 한층 끌어올렸다. 오는 5월10일부터 개최될 '2018 플레이엑스포(PlayX4)' 또한 가상현실(VR)·콘솔 등 650개 기업이 참가할 예정인 가운데, 게임 MCN 크리에이터들의 방송 등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분야는 물론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지평을 글로벌 영역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과 페스티벌의 절묘한 컬래버레이션' 대구글로벌게임문화축제(e-Fun)
대구글로벌게임문화축제(이하 e-Fun)는 대구광역시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등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게임쇼로, 2001년 '대구 엔터테인먼트 박람회(DENPO)' 게임 대회에서부터 시작돼 상당한 이력을 지닌다. 여타 국내 전시회와는 다른 모습으로 게임전시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벡스코·킨텍스 등 일정 전시공간 내에 일련의 게임행사와 달리, 시내 중심가인 '동성로'에 무대와 체험시설을 만들어 행사를 펼친다는 점이다. 이는 콘텐츠 소비층인 대중과 게임의 거리감을 더욱 좁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여기에 지역 내 게임업체의 콘텐츠와 신기술 게임을 접하는 공간을 마련한 것은 물론, 패션쇼나 공연 등 문화콘텐츠와 접목시키면서 게임을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도 국내 게임업계의 발전에 큰 지지대가 되고 있다.
물론 해외 수출박람회나 학술세미나 등 게임업계 내부 기술교류나 매출증대 등에 대한 부분은 미약할지 모르나, 실질적인 소비계층인 대중의 수요를 높이고, 이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조성한다는 점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전시업계에서도 벤치마킹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남녀노소 즐기는 예향호남 게임 한마당' 광주·전북게임전시회(G2FESTA)
광주·전북게임전시회(G2FESTA, 이하 지투페스타)는 광주광역시·전라북도·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등 호남지역 문화관련 정책자들이 힘을 보태 지난 2월 처음 개최한 게임행사다. 지투페스타는 수도권과 영남권에 비해 소외된 게임행사 비중을 높이면서, 광주와 전북이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가상현실(VR)·체험형 기능성게임 등에 대한 소개와 게임업계 네트워크의 재정립이라는 목표로 진행된 행사다.
지난 2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회 행사에서는 인스퀘어, 홍빈네트워크, 쓰리디팩토리 등 광주체험형 기업 18개(33개 콘텐츠)와 플렉시마인드, 아이지소프트, 펑키파이브 등 광주 모바일·PC기업 10개사(35개 콘텐츠), 나인이즈, 테크노블러드코리아 등 전북 기업 14개사(28개 콘텐츠) 등이 선보이는 다양한 콘텐츠를 대중에게 무료 체험케 함으로써, 약 1만3000명의 관객을 기록하는 등 대 성황을 거뒀다.
특히 청소년층이 대부분인 여타 게임전시회와 달리 여러 연령층으로 구성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게임 주요 소비층 범위를 전 연령대로 확대시키는 것은 물론 지역기업과 관람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에 앞장섰다는 점은 특별하다.
첫 행사인데다 관람객의 이목을 끄는 인기게임사의 참여가 적었다는 점은 관람객 방문을 주춤거리게 할 만 했으나, 다양한 연령층이 게임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즐길만한 행사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큰 의의가 있다.
◇국내 게임쇼, "국내 게임업계 발전의 원동력, 고른 발전위한 고려는 필요해"
지스타·플레이엑스포·e-Fun·지투페스타 등은 게임맹주로 불리던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시킴과 동시에 국내 게임업계를 발전시킬 원동력을 회복하게끔 요인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는 게임행사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선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련의 게임쇼가 대중과 게임업계에 대한 접점을 넓히는 것을 시작으로 기술발전 기회를 촉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주요 소비층인 대중의 눈높이를 확인하고 게임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이나, 행사마다 중점적인 목표나 행사방식 등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특정 기업에 국한된 홍보효과가 아니라 게임업계 전반의 발전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지역이나 플랫폼, 장르에 있어서 쏠림 현상은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는다. 먼저 지역적인 측면에서는 국내 게임쇼가 영남과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게임업계도 해당 지역에 관심을 두다보니, 대중의 눈높이나 지원, 발전 등 게임산업 집중도에서 지역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처음 개최되는 지투페스타에 비해 일련의 게임이 10회 이상 개최된 바에 따라, 기업이나 콘텐츠 인지도, 투자 지원 등에 차등이 있는 점은 해결돼야할 과제이다.
또 90년대 중후반 콘솔부터 시작해 패키지게임, PC온라인, 모바일, 가상현실 등 다양한 게임 플랫폼이 존재하고, 장르적인 특색도 여러 가지 있음에도 게임쇼에 주로 등장하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경우 특정한 부분에 쏠리다보니 접근하는 대중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물론 당대의 최신 기술이나 인기게임을 알리는 것이 행사속성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편중성은 국내 게임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일련의 게임쇼가 글로벌 업계와 국내 대중을 만나게 하면서, 국내 게임업계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시회만의 특색 없이 특정 지역이나 콘텐츠, 플랫폼 위주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업계 관계자나 해당 기관, 조직위 등에서 고려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