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소상공인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의 결렬을 두고 예견했던 결과라면서도 말을 아꼈다.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간 의견을 달리하는 만큼 섣부른 공식 입장 발표가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와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정부에 전달하는 등 최저임금 구조 개선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중소기업계는 당초 소위원회가 열리던 6일 오전까지도 매달 일률 적용되는 정기상여금 등 현금성 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근로의 대가인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서 배제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정기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기본급과 별도로 취급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6일 오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관련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눴지만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박 회장 주장에 “한국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심화됐다”면서 “시급 7530원이 적용된 월급 157만원을 받고 우리가 생활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에둘러 반박했다.
노사 중심의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중소기업계와 노동계가 의견을 함께했지만 결국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달 중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듬해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전 매년 실시하는 조사이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쟁과 급격한 인상 속도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구조적 문제점도 들여다본다. 새롭게 구성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재계와 중소기업계, 노동계 사이의 지리멸렬한 줄다리리가 계속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엄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정부와 새로 구성될 최저임금위원회에 중소기업계 현실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한 공익위원이 일제히 새 얼굴로 바뀔 텐데 정부가 어떤 인물을 선임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에 대한 새로운 기준 마련 없이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내년 최저임금까지 인상된다면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논의가 중단된 만큼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면서 “정부와 국회의 합리적 결정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