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The Bat)'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최강의 메카닉 무기다.
더 배트는 고담시 빌딩 숲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도시를 점령한 무장 세력에 공격을 퍼붓는다. 수직·수평 비행으로 적이 쏘는 유도미사일을 빠른 속도로 피하면서 미사일과 발칸포 등 첨단 무기로 시민을 구출한다.
고담시는 전략과 무력을 겸비한 역대 최강의 악당 베인에게 점령당하며 패닉상태에 빠졌지만 더 배트를 타고 등장한 배트맨과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
더 배트는 드론의 원리를 적용한 신개념 비행체다.
장갑판 아래 두 개 거대한 프로펠러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조종석 앞쪽 프로펠러로 전후좌우 이동이 가능하다.
더 배트는 상상력을 자극했다. 러시아 업체는 2013년 드론을 기초로 더 배트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의 모형(RC)을 제작해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RC드론이 두 개 프로펠러로 날아다니는 모습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
실제 사람이 탑승해 움직이는 드론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상용화가 임박하며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드론 강국 중국의 '이항184'는 누적 1000회 이상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300~500m 높이에서 약 23분 동안 비행하며 15㎞을 비행할 수 있다. 이항184는 실제 사람을 태운 비행에도 성공했다.
독일 드론 제조업체 볼로콥터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2인승 항공택시를 시범운행했다. 사람은 타지 않았지만 최고 고도 200미터에서 약 5분간 운항하며 미래 운송수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인 드론을 활용한 서비스 모델도 등장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력, 비행 택시 사업 계획을 밝혔다. 2020년까지 미국 댈러스와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수직이착륙 비행 택시를 이용한 '우버에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에어버스는 쿼드콥터 드론이 사람이 탄 캡슐을 운반해 지상에 있는 이동체에 내려놓으면 자동차로 변신하는 '팝업' 서비스 컨셉을 선보였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더 배트가 완전히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은 물론 글로벌 항공·교통 규제는 해결 과제로 손꼽힌다. 글로벌 차원에서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유인 드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자동차도 처음 등장했을 때 '마이카' 시대를 예측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마이 드론' 시대가 수십년 내 열릴지 모를 일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