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다국적 기업이 10년 전보다 세금을 적게 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 분석에 따르면 거대 다국적 기업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 기업 실효세율은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정치계의 노력에도 금융 위기 이후 9% 하락했다. 이는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가 정부 세금 징수 강화 노력보다 앞서기 때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정부가 적자를 줄이고 세금 개혁 등을 노력했지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지난 25년치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9개 업종 세계 10대 상장회사가 시가총액 대비 지불 세율을 조사했다. 현금 보유금이 가장 많은 10개 다국적 기업 세율도 조사했다.
그 결과 기업이 낸 세금은 2008년 이후 하락했다. 장기 추세에서 실효세 하락은 훨씬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세율은 34%에서 24%로 2000년 이래 거의 3분의 1 떨어졌다.
미히르 데사이 미국 하버드대 재무 및 법학 담당 교수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감세 조치 등이 법인세 하락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국가 간 조세 경쟁 구도를 반영한다”면서 “(조세를 위한) 눈에 띄는 많은 조치가 있었지만 그 결과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외환 위기 이후 소비자와 근로자 세금은 상승한 반면에 법인세는 오히려 하락했다. KPMG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각국 정부는 법인세를 5% 인하했지만 개인 세금은 6% 인상했다.
마이클 데브루 영국 옥스퍼드대 법인세 담당 교수는 “이는 정부 간 경쟁 결과이며,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미국 법인세 인하가 정부 간 세제 경쟁을 더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많은 대기업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훨씬 더 적은 세금을 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은 법이 요구하는 모든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세제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는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테크 기업의 대규모 데이터 유출과 법인세 문제 등에 힘입어 더욱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BEPS를 막기 위해 OECD 국가는 15개 국가별 행동 과제를 시행하고 있다.
데브루 교수는 “다국적 기업이 역외 소득 이전을 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 회사 간 대출 등을 막는 효과는 내년에나 나타날 것”이라면서 “다른 사업은 성과가 나타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말까지 미국 기업은 역외 보유 현금으로 2조6000억달러를 조성했다. 미국은 12월에 과세 기준을 점검하면서 기업 해외 현금에 15.5% 일회성 세금을 부과했다. 반면에 기업 세율은 35%에서 21%로 낮췄다. 결국 일회성 징수로 정부는 세수 약 4000억달러를 얻을 수 있지만 낮아진 법인세율로 회사는 최대 5000억달러까지 절약할 것으로 FT는 추정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