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글로', KT&G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담배 업체와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 속 유해물질이 일반 궐련 담배에 비해 약 90% 적다는 주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근거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관한 연구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영국·중국 등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식약처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정부와 기관은 물론 대학과 담배회사 자체 연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완전히 무해하다는 주장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한 결과를 일반 궐련 담배와 비교해 흡연자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거나 금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흡연자들에게 덜 유해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최근 공개된 연구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의 자체 임상시험 결과다. BAT는 지난달 24일 미국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열린 '니코틴 및 담배 학회'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기관, 학회 등을 비롯해 최초의 임상실험 결과를 공개한 BAT는 해당 실험에서 글로로 전환한 흡연자의 특정 유해성분에 대한 노출 정도가 상당히 감소했고 일부는 금연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한 병원에서 최소 3년 이상 흡연해온 18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8일간 진행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로로 전환한 흡연자의 경우 소변에서 검출되는 특정 성분의 농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금연한 사람들과 동일한 감소량을 보였다. BAT는 이같은 결과는 글로로 전환한 흡연자들이 더 적은 양의 유해 물질에 노출됐고 일부는 완전히 금연한 이들과 노출 정도가 동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글로가 일반 궐련담배를 피울 때보다 잠재적으로 유해성을 대폭 감소하는 것은 태우는 것이 아닌 가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히팅 디바이스로 연소 시 나오는 연기나 특정 유해성분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번 임상실험 외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보건의료과학원(NIPH)도 궐련형 전자담배 연기 속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90% 이상 낮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NIPH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관한 효과적인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인 일본 정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0월 아이코스 '히츠'의 증기 유해물질을 연구했다.
NIPH 연구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연기 속 유해물질 중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일산화탄소(CO)'의 경우 일반담배보다 98.6% 적게 검출됐다. 또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TSNA) 4종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약 9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국제표준화기구(ISO)보다 더 혹독한 조건에서 진행되는 캐나다 보건부 검증방식을 적용해 나온 결과여서 신뢰성이 높다는 평가다.
중국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유해물질이 80% 이상 적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 국립담배품질감독시험센터(CNTQSTC)는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에 일부 카르보닐화합물, 암모니아 등을 제외하고는 유해물질이 80% 이상 적게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센터는 중국 정부 산하기관으로 담배제품의 연기 및 배출물 검사를 위한 시험법을 개발하고 표준화하기 위해 구성된 WHO의 담배연구간 네트워크 가입 기관이다.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펼치기로 유명한 영국 역시 지난해 12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담배 대비 유해 물질 노출이 감소되므로 궐련형 전자담배는 건강에 여전히 해롭지만 기존 담배보다 덜 유해한 것으로 결론냈다.
2022년까지 흡연자 수를 5% 감소시키기 위해 강력한 국가 담배 규제 정책을 채택할 예정인 러시아 정부 역시 아이코스의 니코틴과 WHO가 지정한 9가지 주요 유해물질의 수치를 측정 비교한 결과 아이코스 증기에 포함된 독성 물질은 비교 담배 제품보다 90% 이상 적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청(FDA) 자문위원회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FDA는 자문위는 지난 1월 필립모리스가 2016년 12월 제출한 아이코스의 위험저감담배제품(MRTP) 인증을 “분명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자문위는 아이코스가 인체에 유해 또는 유해 가능성이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자체는 줄인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노출 감소가 각종 흡연 관련 질병의 발병률 및 사망률을 실제로 줄일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제조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식약처의 연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지난해 8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연구를 진행중이지만 결과 발표가 당초 예고시점보다 늦어지고 있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만큼 보다 정확한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외국 기관을 방문해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최신 연구동향 및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이르면 상반기 안에 연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