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리니언시 기업을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미 과징금·검찰고발 면제를 하고 있어 과도한 혜택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리니언시 제도를 면죄부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담합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서 리니언시 기업은 예외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시작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악질적인 법 위반 시 손해배상 의무를 손해액의 '1배 이내'가 아닌 '3배 이내'까지 물리도록 하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법 위반 기업 제재 강화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법사위에 올라간 개정안은 담합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만, 리니언시 기업은 예외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리니언시 기업의 배상액은 담합으로 손해를 입은 자의 손해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리니언시 기업에게는 종전대로 실제 손해액까지만 배상 의무를 지운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지금도 리니언시는 '면죄부'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혜택을 추가하는 것은 불합리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합을 자진 신고한 기업은 공정위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을 면제 받는다. 리니언시 제도가 법 위반 기업의 면죄부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최근에도 유한킴벌리가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면서 대리점과 담합 후, 자진 신고로 제재를 피해 논란이 됐다. 상대적 약자인 23개 대리점만 약 4억원 과징금을 물었다.
이런 논란에도 소관 부처인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가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진 신고 없이는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 적발이 어렵다는 이유다. 실제 2016년 기준 담합으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의 85%는 자진 신고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도 공정위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최근 법사위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진 신고자에 대해 특례를 인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자진 신고는 공정위가 담합을 규제하는데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며 “행정벌 뿐 아니라 민사책임에서도 일정 정도 감경이 필요하다는 게 세계적 기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 입장이 이해는 되지만 반대 의견도 많아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국내 로펌의 한 변호사는 “공정위의 담합 적발은 리니언시가 없다면 너무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리니언시가 면죄부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많고, 공정위가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조사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