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를 쉽고 효과적으로 저장' 백종범 UNIST 교수팀, 3차원 유기구조체 합성

3D-CON을 개발한 백종범 교수팀(왼쪽부터 자비드 마흐무드 교수, 백 교수, 김석진 연구원)
3D-CON을 개발한 백종범 교수팀(왼쪽부터 자비드 마흐무드 교수, 백 교수, 김석진 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수소를 보다 쉽고 효과 있게 저장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정무영)은 백종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하 백 교수팀)이 '초미세 유기구조체(3D-CON)' 개발에 성공, 이를 이용한 새로운 수소 저장 방법을 제시했다고 13일 밝혔다.

가볍고 튼튼한 유기고분자로 만든 '3D-CON'은 시험 결과, 수소 저장 성능이 뛰어났다.

수소는 매우 가벼운 물질이어서 어떤 소재의 탱크에 저장해도 빠져 나간다. 이를 막기 위해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듯 다른 물질을 이용해 수소를 붙잡아두는 방식이 사용됐다.

백 교수팀은 방파제 구조로 쓰이는 테트라포트 모양의 분자(THA)와 육각형 고리 모양의 분자(HKH)를 반응시켜 '3D-CON'이라는 유기구조체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두 분자의 반응으로 HKA가 THA에 달라붙어 세 방향으로 성장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새장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유기구조체가 형성됐다.

3D-CON은 미세한 기공을 잔뜩 지니고 있어 수소는 물론 메탄, 이산화탄소 등 기체를 흡착하는 성능이 탁월하다. 기존 3차원 유기구조체와 달리 분자들이 육각형 사다리 모양으로 결합돼 구조적으로도 안정됐다. 수분에 반응하지 않는데다 600℃의 고온에서도 견디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

3D-CON은 가루처럼 보이지만 원자 규모에서는 미세한 구멍이 규칙적으로 뚫려있다.
3D-CON은 가루처럼 보이지만 원자 규모에서는 미세한 구멍이 규칙적으로 뚫려있다.

백 교수팀이 3D-CON으로 수소를 비롯한 기체 흡착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일반 기압(1bar)에 영하 196℃(77K) 조건에서 수소 저장 성능이 2.6wt%로 나타났다. 이는 3D-CON 1g당 수소 0.026g을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압력을 더 높여(59bar) 실험한 결과, 미국 에너지부(DOE)가 2020년 목표치로 정한 수소 저장 성능 5.5wt%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보고된 유기 다공성 물질 가운데 가장 높은 저장 수치다.

백 교수팀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같은 방식의 고압 흡착 실험을 진행, 성능인증서를 받았다. 3D-CON은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저장 성능도 뛰어났다. 일반 기압(1bar) 아래 0℃(273K) 온도에서 1g당 메탄 0.024g, 이산화탄소는 0.267g을 각각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 교수는 “두 분자의 합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빈 공간에 기체들이 안정적으로 흡착하는 구조로 기체의 흡·탈착에 아주 유리하다”면서 “수소차와 가스센서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