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 30분 검찰 소환조사에 응한다. 100억원대 뇌물죄를 비롯해 3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오른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퇴임 이후 5년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적용된 혐의는 뇌물죄,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20여개다.
핵심 혐의는 뇌물죄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주로 결론 내리고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비용 60억원을 뇌물로 보고 있다. 다스 경영진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이 전 대통령이 개입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입 사실이 인정되면 횡령·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의 불법자금 수수를 알지 못한데다 다스는 기존 주장대로 친형 이상득 회장의 소유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실소유를 둘러싼 검찰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4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ABC 상사 손모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까지 포착됐다. 대보그룹 관련 불법자금 수수,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공천헌금 수수 의혹도 이 전 대통령을 옭아맬 수 있는 혐의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이 이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씨에게 14억원대, 형 이상득 씨에게 8억원 대 뇌물을 건넨 혐의도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 전 대통령 뇌물혐의 액수만 100억여원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뇌물죄는 공소시효(특가법상 10년)가 지났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포괄일죄' 적용으로 공소시효를 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괄일죄는 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 구성 요건에 해당해 1개의 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는 이 전 대통령 소유 영포빌딩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통령 기록물이 무더기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기록물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을 다수 재판에 넘겼다. 공모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들 혐의는 이 전 대통령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될 전망이다.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드러난 혐의만 20여개에다 계속 혐의를 부인할 경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핵심 피의자들이 이미 구속돼 이들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측면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포토라인'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광범위한 만큼 검찰 조사는 장시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
성현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