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R&D 예산 편성 때 '일자리 효과' 살핀다…'2019 R&D 투자 방향 및 기준' 의결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편성 때 사업 별 일자리 창출 효과를 평가한다. 정부 R&D 예산 배분·조정 기준에 고용 관련 지표가 포함되기는 처음이다. 과학기술 기반으로 고급 일자리를 창출, 문재인 정부 국정 목표를 달성하려는 취지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34회 국과심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34회 국과심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제34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9년도 정부 R&D 투자 방향 및 기준'을 심의·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수립되는 정부 R&D 종합 투자 계획이다. 각 부처의 R&D 예산 요구, 과기정통부의 범 부처 R&D 예산 배분·조정 지침으로 활용된다.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R&D 예산 배분의 기준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R&D 사업에 대해서는 고용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인력양성, 창업기업 지원, 사업화·상업화, 기업 비중 50% 이상의 R&D 사업이 평가 대상이다. 고용노동연구원이 개발하고 과기정통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다듬은 평가 지표를 활용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R&D 사업에 대한 고용영향평가 결과는 내년도 R&D 예산 배분·조정에 활용한다”면서 “모든 R&D 사업에 대해 고용 영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특정 성격의 사업은 고용 창출 효과를 살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34회 국과심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34회 국과심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R&D 사업은 내년도 예산을 받기 수월해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투자 방향을 설정하며 기술혁신형 창업을 촉진하고, 고용 유발 잠재력이 높은 사업화 단계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 효과가 높은 신기술·신서비스에 중점 투자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정밀의료, 고기능 무인기, 미세먼지 저감, 스마트그리드, 지능형 로봇, 스마트팜, 스마트시티 8개 분야에는 '패키지형 투자 플랫폼'을 도입한다. 이들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은 부처 벽을 넘어 탄력적으로 배분·조정한다. 기술-인력-정책-제도를 한 틀에서 지원한다.

연구자가 주도하는 창의·도전적 기초연구 지원은 지속 확대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조2600억 수준인 자유공모형 기초연구 예산을 2022년 2조5200억까지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자유공모형 기초연구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지난해 삭감분을 감안하면 3000억원 가량이 늘어나야 한다.

다양한 제품·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는 공공·범용 기술 개발, 사업화 지원을 강화한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산업 분야 R&D는 규제 개선 조건부로 R&D를 지원한다. 예방 중심의 재난·재해 R&D도 내년도 중점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R&D 투자 효율화, 행정 부담 경감도 병행한다. 부처 별로 유사·중복 사업을 정비하고 민간의 유사 연구 수행 여부를 검토한다. '(가칭) R&D 혁신 전략회의'를 정기 개최, 대형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필요 시 사업 계획을 변경한다.

신속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이전이라도 단기 시범 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관리 규정을 일원화하고, 연구비 관리 시스템은 기존 17개에서 2개로 줄여 행정 부담을 던다.

이날 의결한 투자 방향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R&D 수행 부처에 15일까지 통보한다.

강건기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은 “국민 삶의 질 향상, 혁신성장 가속화, 연구자의 혁신 주도, 사람 중심이 내년도 R&D 투자 방향”이라면서 “과학기술 혁신, 산업 선도, 공공 수요 3개 영역에서 12대 중점 투자 방향과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