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규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가상통화의 비이성 투기 열풍으로 말미암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과 가상통화 규제가 블록체인, 나아가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충돌했다.
가상통화 업계는 정부 규제가 해외에 비해 너무 강하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가상통화 규제를 주장하는 측은 규제 논리로 소비자 보호 또는 투자자 보호를 내세운다.
가상통화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은 사전 의미의 '투자자'를 상정한다. 가상통화에 '투자' 행위를 인정한 개념이다. 이미 시장을 제도권에서 받아들이고,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로 하여금 공정하고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규제 대상을 법정 개념으로 인정하고 이를 보호,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의미다.
규제 방향성과 국민 인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줄기세포 연구 능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로 많은 투자자가 줄기세포를 불신하게 됐다. 이후 국내에서 줄기세포 지원이나 기초 연구 기반이 사라졌다.
그 결과 우리나라 연구 수준이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기술 자체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을 둘러싼 저변, 즉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사라지게 될 경우 산업의 지속 성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규제를 통한 건전성 확보와 시장 신뢰가 절대 필요한 이유다. 지금의 가상통화와 관련된 왜곡된 투기 열풍과 불투명한 거래 행태로 국민이 외면하면 이후 블록체인 기술의 도태는 규제로 인한 정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없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가상통화가 세상에 나온 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킬지 정부 대응이 지연되면서 투기 과열과 투자자 피해를 키운 측면도 있다. 이제 와서 규제 운운하는 것도 어찌 보면 관계 당국의 면피용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규제 없이 가상통화 자체를 그냥 둔다는 것은 가상통화를 둘러싼 산업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여전히 사기에 가까운 유사수신 행위가 이뤄지고 있고, 심지어 다단계를 빌미로까지 활용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기존의 건전한 산업으로부터 떼어 내고 처벌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 자칫 관련 산업 자체가 사기 행위로 오염됐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규제의 근본 필요성, 산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수준을 준수해야 한다. 가상통화가 상식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대상이라 하여 범죄 행위와 유사한 수준으로 간주해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모두가 피해야 할 최악의 수다. 가상통화 자체를 법 대상으로 포섭하지 못해도 이를 거래하는 취급업소 규제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수준이 충분하다.
해외 규제 사례를 봐도 굳이 가상통화의 정의에 연연하지 않는다. 거래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공정성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 가상통화 및 블록체인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블록체인은 완성된 기술이라 하기 어렵다. 자체 생명력으로 수많은 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성장하는 역동기술이기 때문이다. 규제는 신기술 발전과 건전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확립돼야 한다. 입법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신산업 성장 동력으로서의 동인을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 조치도 규제와 함께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moimoi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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