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는 100억원대 민원에 화들짝 놀랐다.
경남에 거주하는 A씨는 KT파워텔이 주파수공용통신(TRS) 무전기 기지국 철거로 통신 장애가 발생해 피해를 봤다면서 기지국을 원상 복구하거나 정신 및 물질 피해를 보상하라며 100억원을 요구했다.
갈등은 KT파워텔의 롱텀에벌루션(LTE)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KT파워텔은 TRS 원천 기술을 보유한 모토로라가 기술 개발을 중단함으로써 신규 장비와 단말 수급이 불가능하자 LTE로 전환하고 있다. 방통위가 A씨의 100억원 요구를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이 일은 일단락됐다.
해프닝으로 정리됐지만 통신사는 앞으로 통신망 철수와 관련한 갈등의 '예고편'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KT와 SK텔레콤은 2019년 와이브로 주파수 할당 기간 종료를 앞두고 철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2세대(2G), 3G 이동통신도 LTE와 5G 이통에 5~10년 안에 퇴장해야 할 처지다. 이 과정에서 모든 통신사가 KT파워텔이 경험한 민원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 갈등으로 비화된 전례도 있다. KT가 2011년 2G 철수 당시 시민단체가 허가권자인 옛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KT는 대법원 판결로 2G 철수를 확정했다. 통신 서비스 철수 때마다 이 같은 갈등을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혁신 기술이 등장하면 기존 기술 퇴장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수용하는 이용자가 있는 반면에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려는 이용자도 존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가 지금부터 이통사와 소비자를 중재하는 '매뉴얼' 형태로 법률 또는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 착수했으면 한다.
가입자가 어느 정도 남았을 때 기존 서비스 철수가 가능한지, 어떤 이용자 보호 대책이 필요한지를 구체화하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논란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매뉴얼은 정부가 서들러 5G를 도입하고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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