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정보통신 미래모임에선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술 추격에 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중국은 이미 LCD 생산량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모임 참석자들은 어떻게 중국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는지, 어떤 대응책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는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선 중국 기술력이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LCD처럼 쉽게 따라오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유는 OLED의 독특한 구동방식 때문이다. LCD는 전압을 넣는 방식으로 액정을 구동해 화면을 만든다. OLED는 자발광 소자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전압 인가가 아닌 '적절한' 전류를 흘려야만 한다. 전류량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안 된다. 많으면 소자 수명이 짧아지고 적으면 화면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강 부사장은 이 같은 기술적 차이에 빗대 LCD는 디지털, OLED는 아날로그에 가깝다고 했다. 껐다 켜는 방식의 디지털 기술은 복제가 쉽다. 그러나 OLED의 적절한 전류 흐름은 수많은 시행착오에 의해 적정 값을 찾을 수 있다. 단순하게 복제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는 의미다. 아직 대형 OLED를 양산하는 업체가 LG디스플레이 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 부사장은 그럼에도 중국의 거센 추격은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은 자본과 기술이라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중국 패널 업체는 자본은 중국 정부로부터, 기술은 한국 엔지니어 영입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대형 TV 주요 고객사가 대부분 중국에 몰려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다.
강 부사장은 “중국은 자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에 전체 시설투자액의 70~80%를 지원해줄 정도로 강력한 육성책을 펴고 있다”면서 “국내 기술자 영입을 바탕으로 빠르게 한국을 쫓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력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 부사장은 “결국 차세대 O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투명하고, 굽힐 수 있고, 돌돌 말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상용화하고 시장을 키워야 한다”면서 “오직 기술적 격차만이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