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시장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배경에는 유례없는 '할인 전쟁'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1500만원 이상 높은 할인 정책으로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이들은 노후차량을 대상으로 대규모 할인 공세를 펼치면서,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매입해서 추가할인까지 제공하는 '트레이드인(trade-in)' 정책까지 펼친다. 다만 트레이드인 할인은 소비자보다 수입차 업체에 유리한 측면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BMW, 메르세데스-벤츠, 인피니티, 지프 등 수입차 브랜드 대부분은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대규모 할인 공세다. 할인 공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는 4만100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했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파격적인 할인을 하는 곳은 메르세데스-벤츠다. 벤츠코리아는 할인 없이도 잘 팔리던 'E200' 아방가르드 모델에 한해 최대 1000만원까지 할인해서 판매 중이다. 소비자가 타고 있던 차량을 매입해서 대신 판매해주는 '트레이드인'을 선택할 경우 500만원이 추가로 할인된다. 정가 6220만원인 E200 아방가르드는 4720만원에 구입이 가능해진다. 한 단계 아랫급인 'C클래스' 엔트리모델(4970만원)보다 저렴하다.
벤츠코리아 딜러사는 “E200은 원래부터 가장 잘 팔리던 모델인데, 공식할인 850만원, 기업 지원 할인, 트레이드인까지 붙으면서 4000만원대 구입이 가능하다”면서 “현재 국내 입고 물량은 모두 팔렸고, 4·5월 출고 가능 물량 확보를 위해 딜러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BMW코리아도 올해 초부터 중형 세단 '3시리즈'와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3GT)'를 최대 1000만원까지 할인 판매한다. 지난달에는 3GT의 경우 트레이드인 500만원 추가 할인까지 제공했다. 또 특정 기업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특별할인까지 더해지면 최대 1700만원까지 가격이 낮아졌다. 그 결과 BMW 3시리즈와 3GT는 지난달 수입차 판매 1위(1585대)와 8위(559대)를 기록했다.
대량 할인을 제공하는 차량의 공통점은 '노후모델'인데다 트레이드인 할인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후 모델은 단종을 앞두고 재고정리 차원에서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다.
벤츠 E200 아방가르드는 엔진 라인업 교체로 인한 단종을 앞두고 있다. BMW 3시리즈도 신모델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많이 사용하는 트레이드인 할인은 기존 보유 차량을 수입차 업체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추가할인을 해주는 방식이다. 통상 500만원 내외의 할인이 추가된다.
전문가들은 트레이드인 할인의 경우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차량이 트레이드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급 브랜드 모델이면서 연식, 주행거리에 대한 제한도 있다. 벤츠코리아의 경우 벤츠, BMW, 아우디, 제네시스 등 국내·외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이면서 6년·12만㎞ 이내 차량만 트레이드인을 허용한다.
또 트레이드인 할인의 경우 중고차 매각가와 추가할인 가격이 일반 중고차 매매상에 매각하는 가격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중고차 매매상에 차량 시세를 알아보고 트레이드인 할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할인에는 고객보다 판매자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면서 “소비자가 최대한 이익을 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많이 비교해서 손해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