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측과 연계된 데이터 회사에 유권자 개인 자료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시스템 오류'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19일 페이스북 주가는 장중 7% 이상 급락했다. 최고 정보보안 담당자가 자료 유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논란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라는 데이터 회사가 페이스북에서 얻은 개인 정보를 토대로 트럼프 캠프에 유권자의 성향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 사실이 지난주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케임브리지 대학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에게 그가 개발한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thisisyourdigitallife)'라는 앱을 통해 사용자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성향 테스트를 하는 이 앱을 다운로드 받을 경우 자신의 위치정보, 친구,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 등의 자료를 개발자에게 제공하도록 설정됐다.
페이스북 측은 여기까지는 자체 규정에 저촉되지 않지만, 코건이 이렇게 획득한 정보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데이터 회사에 건넨 것은 페이스북의 사생활 보호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건이 제공한 개인 정보는 앱 다운로드를 받은 27만 명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과 친구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무려 5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개인 정보 유출의 영향을 받았다고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전했다.
페이스북은 문제가 터지자 뒤늦게 코건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페이스북 계정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보틀 리서치 그룹의 브라이언 위저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에 또 하나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특히 각국 정부가 페이스북의 개인 자료 유출 여부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규제를 할 경우 데이터를 토대로 광고를 유치하는 페이스북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크크런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무시하거나 경시한 채 필요한 안전장치도 없이 이상주의적인 제품을 만든 뒤 문제가 생기면 뒤늦게 이를 인정하면서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반복하는 페이스북으로 인해 수천만 명이 개인 정보를 도둑질당했다”고 비난했다.
CNN은 “비록 제삼자가 개발한 앱으로 인한 자료 유출이라고 하지만, 페이스북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NYT는 페이스북 최고 정보보안 담당자 알렉스 스타모스가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스타모스는 그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가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조사해 왔던 인물이다. 이미 지난해 12월에도 사의를 밝혔으나 경영진이 그가 사임하는 것이 외부에 비춰지기에 좋지 않을 것이라며 만류, 8월까지는 남아있기로 했었다.
NYT는 스타모스의 사임은 회사의 리더십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