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10년, 빠르면 5년 안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가 디지털화 자산으로 거래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활성화시킬 정부의 주무 기관이 필요합니다.”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쉐라톤 서울팰리스 호텔에서 개최된 한국IT리더스포럼 3월 정기조찬회에서 '블록체인 패러다임과 암호경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화된 자산을 가상화폐로 거래하는 금융 패러다임이 머지않아 자리 잡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국내에는 비트코인이나 분산원장 등 일부 개념을 블록체인으로 받아들이는 오해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박 센터장은 “해외에서 이미 블록체인 3.0을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블록체인을 '분산원장'이라는 1세대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면서 “블록체인은 일종의 '글로벌 신뢰 컴퓨터'로, 인터넷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이더리움(블록체인 2.0) 등장 이후 스마트계약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자산을 개인간거래(P2P)를 하는 패러다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마트 계약은 컴퓨터 코드로 계약을 프로그래밍, 지정 조건 충족 시 제3자의 개입 없이 거래를 완성한다. 상품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디지털 자산으로 등록하고, 이를 스마트계약 P2P로 거래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가상화폐는 지불수단이 된다. 실제 사진작가 케빈 애보시가 자신의 작품 '포에버로즈'를 디지털 자산으로 등록하고, 이를 10명이 가상화폐로 구매했다.
국내에서는 통신사와 금융권 중심으로 가상화폐 경제 생태계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박 센터장은 “KT가 황창규 회장 주도로 4년 전부터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연구를 하고, 세종텔레콤도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한다”며 “올해 7월부터 은행연합회가 공동 블록체인 플랫폼을 열고 공동 사설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생태계 확산을 위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같은 규제 당국이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은 규제 시기가 아니라 블록체인의 큰 그림을 보고 '진흥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별개의 것으로 분리하는 정부 시각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센터장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활성화 주무 기관이 필요한 가운데 과기정통부도 이 둘을 분리하는 논조(가상화폐를 투기 시각으로만 보는)로 가니까 실망스럽다”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과기정통부가 주무 기관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센터장은 블록체인이 앞으로 만들 질 좋은 일자리에 정부가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