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작 '블록체인']<4>중간유통 없애 비용절감...물량·재고관리 효율 강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블록체인(Block chain)'이 국내외 유통·물류 시장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로 급부상했다. 공급사슬관리(SCM) 투명성을 강화하고, 중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주목받는다.

유통 산업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면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잇는 거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블록체인 상 기록으로 제조사, 원자재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면서 그에 따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판매 물량이나 재고를 관리하기 위한 전산장비 등 인프라 비용은 물론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도 감소한다. 블록체인이 유통·물류 시장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캐나다 개인 간 거래(P2P) 온라인쇼핑몰 오픈바자(Openbazaar)
캐나다 개인 간 거래(P2P) 온라인쇼핑몰 오픈바자(Openbazaar)

◇블록체인, 전자상거래 개념을 바꾼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정보 공유, 공동 검증, 거래명세를 저장해 위조나 변조를 불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블록체인 상에서 모든 거래 기록을 보유한다. 거래를 증명할 별도 중개자가 필요 없기 때문에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한다.

불필요한 유통 단계와 비용은 줄이고 거래 효율성은 높인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아마존, 알리바바, 이베이, 라쿠텐 처럼 온라인쇼핑 중개자 역할을 대체한다. 그 동안 '판매자-중개 사업자-소비자'로 이어졌던 전자상거래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 온라인쇼핑몰 오픈바자(Openbazaar)는 2015년 블록체인 개념을 적용해 개인 간 거래(P2P) 플랫폼을 선보였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공간만 제공할 뿐 중개수수료를 별도 과금하지 않는다. 거래 대금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이체 수수료나 카드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판매자는 기존 오프마켓 대비 수수료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는 번거로운 결제 단계 없이 간편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자료:전자신문DB
자료:전자신문DB

◇글로벌 유통 공룡, 블록체인을 주목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오염된 음식으로 인한 질병 사망자는 연 40만명 수준이다. 식품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 대부분은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규명하기 어렵다.

IBM은 지난해 글로벌 식품 유통사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블록체인 협력을 발표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를 비롯해 돌, 골든 스테이트 푸드, 크로거, 맥코믹 앤 컴퍼니, 네슬레, 타이슨 푸드, 유니레버 등이 참여한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지난해 12월 IBM, 징둥(JD)닷컴, 중국 칭화대와 '블록체인 식품안전연합'에 참여했다. 농장에서 소비자 가정 식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통 단계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IBM은 블록체인 플랫폼과 기술 개발 인력을 지원한다. 칭화대는 현지 식품 시장 정보와 관련 전문 지식으로 제공한다. 월마트와 징둥닷컴은 식품 공급업체와 소매업체에 최적화한 기술을 개발한다.

월마트는 최근 중국 현지 업체의 불량한 위생 상태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돼지고기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축산업자가 키우는 돼지는 물론 창고, 운송차량 등 모든 유통 경로에 IoT 센서를 부착해 먹이, 도축 시기, 보관 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블록체인 망에 실시간으로 저장하는 형태다. 돼지를 도축하는 중간 가공 업체와 도소매 판매 업체도 관련 정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입력한다. 월마트는 해당 기술로 전체 돼지고기 유통과정을 파악하는데 최소 수 주 소요됐던 기간을 불과 몇 분으로 단축했다.

월마트는 블록체인 기술로 식품 안전성과 신뢰도를 한층 강화했다. IBM과 손을 잡은 글로벌 식품 업체도 속속 자사 제품에 최적화한 실시간 추적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부산 식품업체 삼진어묵이 최근 삼성SDS가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삼진어묵 제품 포장지에 인쇄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원산지, 제조사, 제조일, 유통기한, 판매점 등 모든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품 신뢰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태 삼성SDS 물류사업부문장이 지난 8일 '삼성 스마트 물류'를 소개했다. 자료:전자신문DB, 삼성SDS
김형태 삼성SDS 물류사업부문장이 지난 8일 '삼성 스마트 물류'를 소개했다. 자료:전자신문DB, 삼성SDS

◇블록체인, 스마트 물류 이끈다

블록체인 기술은 물류 산업의 대변혁도 예고했다. 국가 간 대규모 무역부터 일반 소비자 대상 배송까지 물류 서비스에 필요한 서류작업과 대금 지불 단계를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미국 특허청(USPTO)에 관련 특허를 신청했다. 상품 위치 및 배송 중 보관상태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스마트 패키지'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배송하는 상품 내용물과 현재 위치 등 물류 정보를 블록체인에 등록한다. 상품 발송 당시 주변 환경과 기후 조건도 등록 데이터로 취급한다. 월마트는 구매자와 배송업체가 암호화한 블록체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개인 키(Private key) 주소를 제공하는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물류 발송자와 소비자만 배송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보안성이 높고 추적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는 향후 드론 등 무인 운송 기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배송 서비스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물류업체 UPS는 지난해 11월 '물류 블록체인 얼라이언스(BiTA)'에 가입했다. BiTA는 현재까지 UPS를 비롯해 FedEx, SAP, 징둥물류 등 200여개 글로벌 물류 관련 업체가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반 물류서비스 확산을 앞두고 업계 표준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SK C&C가 지난해 5월 국내외 블록체인 기반 물류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외 선사가 P2P 방식으로 물류 정보를 공유·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동안 배에 적재한 화물과 상태를 일일이 확인해 등록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없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삼성SDS는 삼진어묵에 공급한 식품이력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지능형 물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물류 서비스에 블록체인, 인공지능(AI), IoT, 빅데이터 등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