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변전효과를 이용해 차세대 저장매체 소재인 강유전체의 분극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강유전체를 활용한 메모리 소자 제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노태원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양상모 숙명여대 교수팀과 함께 물질이 휠 때 발생하는 '변전효과'를 활용해 강유전체의 수평방향 분극 제어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강유전체는 스스로 음·양극이 나뉘는 물질이다. 외부 전압 없이 자기를 띠기 때문에 차세대 저장매체 소재로 주목받는다. 정보 저장은 내부의 분극을 이용한다. 기존트랜지스터가 0과 1로 정보를 저장하는 것처럼, 분극의 방향을 활용한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변전효과다. 변전효과는 외부의 힘으로 물질이 휠 때 내부에 분극과 전기장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이 지난 2011년 물질이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질 때 변전효과가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강유전체인 비스무스산화철을 나노박막 형태로 증착해, 주사탐침현미경(SPM)으로 변전효과를 야기했다. SPM의 뾰족한 탐침으로 눌러 박막이 휘도록 했다. 이 결과 비스무스산화철 내 분극 방향을 수평방향에서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 강유전체 내부 분극 방향 전환을 '후행 변전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립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강유전체의 분극 방향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강유전체 분극은 수직 방향으로만 제어할 수 있었다.
분극 방향을 수직·수평 방향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면 강유전체 기반 메모리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다양한 분극 방향을 기반으로 정보를 저장해 '멀티레벨 메모리' 구현이 가능해진다.
기초 연구에도 이번 성과를 활용할 수 있다. 분극 배열 물리현상을 구현하는 실험도구, 물질 내 각종 전하 운반체의 물성을 관찰할 수 있다.
양상모 교수는 “변전효과는 물질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더 큰 전기장을 유도할 수 있어 초소형 소자 개발을 뒷받침한다”면서 “기계적 힘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강유전체 메모리 소자 제작에 활용할 수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