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탑재한 수입차 운전자 이모씨는 지난해 전면 범퍼를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시속 20㎞에서 발생한 단순 접촉 사고였으나, 범퍼와 함께 내부에 자리한 레이더 센서를 교체하면서 수리비가 400만원을 넘어섰다. 보험 처리를 했지만, 올해부턴 자차 보험에 할증이 붙어 보험비가 20% 이상 상승했다.
사고 위험을 낮추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장착한 신차 비율이 급증하고 있지만, 제품 불량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부품 교체 시 수리비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가의 센서를 탑재한 ADAS 부품의 경우 현실적으로 부분 수리가 어려워 보증 기간이 만료되거나 본인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냈다면 소비자가 수백만원에 이르는 수리비를 감당해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다수 자동차 업체 서비스센터들이 ADAS 부품에 대한 정비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비에 대한 제조사와 소비자 간 분쟁의 소지가 다분한 이유다.
정비 업체들은 ADAS 관련 부품 고장 시 전용 스캐너(진단기)를 사용해 문제점을 찾는다. 소프트웨어(SW) 아닌 하드웨어(HW) 문제로 판명 나면 부분 수리 대신 부품 자체를 교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별로 차량 내 부착 위치가 달라 얼마든지 부분 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선 정비 현장에선 수리보다 관련 부품을 교체하는 게 시간과 비용 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1급 정비 업체 관계자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본사로 제품을 보내는 등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업체와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된다”면서 “결함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소비자 역시 부품 교체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DAS 부품에 직접적인 손상이 없더라도 시간당 공임이 발생할 수 있다.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 특성상 제조사가 관련 부품 교환이나 수리 시 ADAS 교정을 권장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면 전면 유리를 교환하거나 탈부착할 경우 안쪽에 장착된 카메라를 교정해야 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ADAS 관련 수리 시 제조사별로 교정을 위한 장비가 다르고, 정확한 방법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면서 “제조사와 소비자 간 부품 교체 가격이나 공임에 대한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식 서비스센터를 제외하면 수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ADAS 부품 이상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곳은 차종별 진단기를 갖춘 일부 업체에 불과하다. 일반 정비 업체들은 ADAS 부품에 대한 정비 매뉴얼도 구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고가의 수리비가 보험료 상승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ADAS 보급 확대에 따라 부품 제조사와 정비, 보험 등 관련 업계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ADAS 부품 수리에 대한 제대로 된 정비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