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는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서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에 미치는 직접 영향보다 경제 기초 체력이 약한 신흥국들의 자금 이탈과 이에 따르는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다. 또 국내 자금 유출이 확대되면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마련, 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적정한 속도'의 기준금리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1.50~1.7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금리 상단이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50%)를 넘어섰다. 한·미 기준금리가 뒤집힌 것은 2007년 8월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와 이에 따르는 우리나라 수출 위축을 우려했다.
금리 역전으로 당장 우리나라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양호한 기초 경제 여건, 대외 건전성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준은 연내 2~3회, 내년 3회 각각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대외 외채가 많고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은 신흥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이 많이 유출돼 경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신흥국 비중이 2017년 기준 57.3%에 이르는 만큼 수출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이 제때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우리나라도 자금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도 짙어진다. 이때 환율 변화로 우리나라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지만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말미암아 엔화는 더 큰 폭의 약세를 보여서 원-엔 환율은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수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역전에 따르는 수출 위축을 막으려면 면밀한 모니터링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경상수지가 적자이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수준이 높은 신흥국에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주문 취소·감소, 재고 처리 등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로 한은이 금리 격차 확대를 우려해서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오히려 자금 이탈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적절한 속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한은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면 투자자가 부담을 느껴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면서 “미국 금리가 상승하니 우리도 아예 올리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너무 급하게 따라갈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기의 장기 전망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연내 두 차례가량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기가 예상대로 간다면 금리는 인상 방향으로 가는 게 맞으며, 현재 금리도 충분히 완화돼 있어 1~2회 올려도 긴축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결정된 후 기자들과 만나 “금리 역전은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지켜보겠다”면서 “(금리 역전 폭은) 언제까지 무방할지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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