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관리전문기관 구조조정 가속…하반기 통폐합 가시화

정부가 연구관리전문기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낸다. 상반기 내 범 정부 차원의 기관 기능 정비 계획을 마련하고 하반기에 정비에 들어간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은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을 과제 단위로 집행하는 중간기구다. 지나치게 많은 기관이 난립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부 기관의 통·폐합이 연내 가시화될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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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연구기획평가 기능정비 계획' 수립 시한을 6월로 잡았다. 연구기획평가 기능정비 계획은 12개 부처 산하 17개 연구관리전문기관의 구조조정 계획이다. 이달 말까지 각 부처가 이행 방안을 수립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취합한다. 과기혁신본부, 기획재정부가 검토·조율해 6월까지 범 부처 계획을 종합한다.

'연구기획평가 기능정비'는 정부 내 연구관리전문기관이 난립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은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처럼 정부 R&D 사업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곳이다. 연구 과제를 기획하고 연구자를 선정한다. 연구자가 R&D 사업을 수행할 때 이들 기관의 관리를 받는다.

문제는 이런 기관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행정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정부는 12개 부처 17개 기관이 운영하는 연구관리 규정만 111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중간기구 비대화가 행정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봤다. 이들 기관 기능 재정비가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지난 1월 경제관계장관회의(경장)는 '1부처 1기관' 원칙을 확정했다. 10개 부처 10개 기관으로 정부 전체 연구기획평가 기능을 조정하는 안이다.

애초 경장 결정 사항은 연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당초보다 이르게 계획을 마련하면서 기관 통·폐합도 연내 가시화될 전망이다. 현재 산하에 복수 전문기관을 둔 부처는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산림청), 환경부(기상청) 5곳이다.

이들 기관은 조만간 기존 기관을 하나로 통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기관 자체 폐지가 아닌 기능 재조정임을 강조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기관은 사업, 기능 대부분을 통합 기관에 넘긴다.

국정과제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만 하더라도 3개 전문기관을 통합해야 한다.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기능을 한 데 묶는다. 산업부는 산기평,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을 통합한다. 농림부, 환경부도 청 단위까지 아우르는 기능 통합에 나선다.

나머지 부처는 기존 기관을 유지하면서 연구 기획, 평가, 관리 기능을 강화할 방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상반기 계획이 확정되면 하반기부터는 기관 통합에 필요한 법령·규정 개정 등이 시작된다. 과기혁신본부, 기재부 등 정부 내에서 전문기관 효율화 태스크포스(TF)를 주도했던 부처는 기능 정비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과기혁신본부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기능 재정비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계획은 통합된 기관의 조직 구성, 사업 이관 방안, 법령 개정 수요를 파악하는 게 목적”이라면서 “실제 통합 시기나 방법은 기관 사정별로 달라질 수 있고, 하반기에는 합리적 재정비가 이행되도록 모니터링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