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러시아 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를 접했을 때부터 인공위성에 사로잡혔습니다. 언젠가 나도 저런 위성을 개발하겠다는 마음으로 정진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신구환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영상레이더체계실장은 스스로를 '인공위성과 결혼한 남자'라고 소개했다. 철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우주와 인공위성 개발 과학자를 동경했고, 지금도 인공위성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신 실장은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연구를 개창한 최순달 전 체신부 장관의 요청으로 연구소에 합류했다. '편하고 돈 많이 주는'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다. 한때 외도를 했지만 최 전 장관의 요청이 다시 인공위성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잠깐 내 안위를 생각해 다른 연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정답은 인공위성 이었다”면서 “인공위성이야말로 내 미래를 걸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신 실장은 이후 2000년 과학기술위성 1호의 '노드 콘트롤러(여러 가지 신호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버스)' 개발 연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위성의 전력 및 전자 분야에서 활약했다.
지금은 차세대 소형위성 2호용 'X대역 영상레이더(SAR)'를 개발하고 있다. SAR는 어둡거나 구름에 가려도 지상을 관측할 수 있는 영상레이더다. X밴드대역 주파수가 각종 장애요소를 투과해 정확한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여러 대의 위성을 이용하면 관측 영역의 한계를 초월해 한 지역을 끊임없이 관찰한다. 소형위성 2호용 SAR는 100㎏급 소형위성에 적용하는 첫 사례다.
신 실장은 “우리가 갖지 못한 위성 기술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SAR 개발에 생각이 미쳤다”면서 “차세대 소형위성에 SAR 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한다면 국내에 전혀 없던 영상레이더 시스템 기반을 마련하면서 세계에 우리의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개발 과정도 순조롭다. 2020년 하반기로 예정된 위성 발사까지 무리 없이 개발을 마칠 전망이다. 최신 잇따른 실험 성공으로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신 실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1월 항공기를 이용한 SAR 성능 시험에 성공했다. SAR 장비가 1.5㎞ 상공에서 지상을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남은 과제는 위성용 시스템 개발이다. 내년 중순에 예비설계를 진행, 2020년 초에는 완성 모델 제작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신 실장은 SAR가 각종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SAR는 외부의 군사 위협 포착에 능하다. 지진에 따른 지반침하 규모까지 파악할 수 있다.
신 실장은 “곧 우리나라의 '밝은 눈'이 될 SAR가 빛을 보게 된다”면서 “각종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도록 연구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